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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산유국으로 변신한 이스라엘

[칼럼] 산유국으로 변신한 이스라엘

기사승인 2018. 09. 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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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지난달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스타트업 국가답게 첨단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계속 창업되고, 천연가스 개발이 본격화된 덕분에 전반적인 경기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특히 10년 전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에서 단숨에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변신한 것은 이스라엘 경제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0년대부터 지중해 연안을 탐사해 온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4개의 가스전을 발견했다. 타마르 가스전(2400억㎥)은 2013년부터 천연가스 생산이 시작되었고, 리바이어던 가스전(5400억㎥)은 내년부터 생산시설이 가동된다. 현재 탐사 중인 마리-B(290억㎥)와 달리트(200억㎥) 가스전까지 더 개발되면 이스라엘은 향후 100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를 확보하게 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와 석탄 소비를 최대한 줄여 자급자족할 수 있는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의 5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중지하고, 천연가스(83%)와 재생에너지(17%)로 대체할 계획이다. 그리고 천연가스 수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과거 군사·외교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던 요르단과 이미 15년간 수출계약(420억㎥, 100억 달러)을 맺고, 사해 인근을 관통하는 가스관(15.5㎞)을 건설했다. 올해 2월에는 이집트와 향후 10년간 천연가스 공급계약(640억㎥, 150억 달러)도 맺었다. 천연가스 수출국이었던 이집트는 국내수요 증가로 2015년부터 수입국으로 전락했고, 이제는 이스라엘로부터 거꾸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지만 천연가스 수출정책은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우선 미래를 위해 아껴야 할 자원을 해외에 팔아 에너지안보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그리고 저유가 영향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낮을 때 수출계약이 이루어져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사실 이집트도 몇 년 전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했지만, 가격이 오를 때까지 개발을 늦추고 있다. 또한 심해저에 위치한 가스전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첨단기술이 필요한데, 미국 회사인 노블 에너지가 리바이어던 가스전의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국부유출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애초 천연가스 매장량의 60%를 내수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40%만 수출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여러 나라와 중장기 수출계약을 맺으면서 이 원칙도 폐기될 위기에 있다.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는 내친김에 장거리 해저 가스파이프라인(540㎞)을 건설해 터키로 천연가스를 직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에 의존해 온 터키 입장에서는 에너지원을 다원화해야 하는데 이스라엘 천연가스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북대서양 유전이 거의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입장에서도 이스라엘의 천연가스 수출은 반가운 소식이다. 유럽 에너지의 대(對)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안보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천연가스는 이스라엘에 부(富)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주변 아랍국가와 긴장 관계를 풀어나갈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앞으로 이스라엘은 천연가스를 지렛대 삼아 요르단·이집트·터키 이외 다른 국가들과도 관계를 개선할 방침이다. 산유국으로 변신한 이스라엘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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