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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명하복 관료조직 바꾼다…관행 곪아터져

일본, 상명하복 관료조직 바꾼다…관행 곪아터져

기사승인 2018. 10. 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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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무성, 부하가 상사 평가하는 '360도 평가' 실시
모리토모 스캔들, 전 차관 상습 성추행 등이 발단
조직 내 관행적 폐습 없애고 업무 개선 기대
일본이 상명하복식 관료조직을 바꾸기 위해 공무원 평가제도를 대폭 수정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 변신에 나섰다. 상사도 부하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등은 이미 이 같은 제도를 시행중인 상태지만 ‘콧대’ 높기로 유명한 재무성이 이를 채택한 것은 처음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상사도 부하로부터 평가를 받는 ‘360도 평가’ 인사제도를 중심으로 한 조직개혁 중간보고를 정리했다. 360도 평가는 상사가 부하를 평가하던 기존 방식을 뒤집어 상사도 동료나 부하로부터 평가받는 것을 말한다. 일본은 이 같은 상호평가가 조직의 선순환을 돕고 성희롱이나 조직 내 권력관계로 인한 문제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장 이상의 관리직이 평가 대상이며, 평가항목 등 세부 사항을 기초로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일본 재무성이 이 같은 조직 개혁을 서두르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관료조직 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문제들이 터져 나와 재무성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정치적 위협이 됐던 모리토모(森友) 학원 스캔들이 대표적. 당시 모리토모 학원의 이사장으로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있는 와중에 재무성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 파장이 컸다. 재무성이 이 학원을 위해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것.

당시 모리토모 학원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와 정부의 설명을 납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납득할 수 없었다’가 80%에 달했다. ‘납득할 수 있었다’는 11%, ‘무응답 또는 모르겠다’는 응답이 9%로 뒤를 이었다.

일본 사회에선 남의 마음, 특히 윗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의미인 ‘손타쿠(そんたく)’란 단어가 유행이 될 정도로 관료조직 내 상명하복, 이심전심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협상을 담당했던 재무성 내 긴키(近畿) 재무국 직원이 지난 3월 자살한 것도 부하 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후쿠다 준이치 전 재무성 차관이 여성 기자들에게 ‘호텔에 가자’ ‘가슴을 만져도 되나’ 등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권력에 따른 괴롭힘인 ‘파워하라’, 성희롱인 ‘세크하라’ 문제가 대두됐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논란이 불거지는데도 “성희롱죄라는 죄는 없다” “담당 기자를 남자로 바꿔라” 등 문제 인식이 없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재무성은 문서관리 및 정보공개 실무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조직 간부가 규정을 준수하도록 연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젊은 공무원들이 상담할 수 있는 ‘종합상담원제도’(가칭) 등도 만들기로 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이번 조직개혁을 통해 이미지 제고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재무성의 수장인 아소 부총리가 줄곧 후쿠다 전 차관을 감싼데다 ‘파면’이 아닌 ‘사임’ 처리를 하고 퇴직금 삭감도 성희롱이 아닌 품위 손상을 들어 이번 개혁이 원활하게 적용될지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이에 오카모토 다모쓰 총무성 차관은 “재무부 내 ‘재생 프로젝트 본부’를 설치하고, 인사제도 등 각 주제별로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해 순차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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