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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이없는 성희롱 예방 포스터…“이것도 성희롱?”

일본, 어이없는 성희롱 예방 포스터…“이것도 성희롱?”

기사승인 2018. 11.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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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지적·가벼운 농담으로 곤혹스러운 남성 표정 집중
"성희롱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냐" 비판 봇물
일본, 조직 내 성희롱 금지 법률 규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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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무성이 제작한 2018년 성희롱 예방 포스터가 성희롱 가해 남성의 곤혹스러운 얼굴만을 중심에 둬 비판이 일고있다. 여성에 대한 외모 지적 등을 한 뒤 ‘이것도 성희롱?’이라고 써 있다. /출처=일본 내무성
일본 내무성이 만든 성희롱 방지 포스터가 가해 남성의 곤혹스러운 표정만을 강조해 일본 내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내무성이 조직 내 권력형 성희롱 문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달 초 포스터를 제작했으나 자칫 성희롱의 심각성을 축소시켜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포스터는 외모에 대한 칭찬만으로도 누구나 성희롱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성희롱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인 남성의 얼굴만이 클로즈업돼 있다.

이 남성은 주변 여성들에게 “오늘 옷이 귀엽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살이 빠졌는지 예뻐졌네” 등을 발언했고 상대 여성들은 ‘무슨 상관이람?’ ‘꼭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하나?’ 등의 내용으로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다. 포스터의 가운데 곤혹스러운 남성의 얼굴 아래 큰 글씨로 “이것도 성희롱?”이라고 자문하는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매년 11월 12일부터 25일까지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는 운동 기간’으로 정하고 계몽포스터를 만들고 있다. 올해 이 포스터를 약 2만7000장을 인쇄했지만 공개하자마자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성희롱을 하고도 피해자는 남성이라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 가벼운 느낌을 강조한 나머지 성희롱의 심각성을 간과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 정도 말도 못하냐는 걸로 보인다” “곤혹스러우니 결국 그 여자가 나쁘다는건가”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트위터리안은 “성희롱으로 직장을 그만뒀다. 어떻게 이런 가벼운 포스터를 만들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내무성 담당자는 “성희롱이 외모에 대한 지적 등 무심코 한 행동도 상대방이 불쾌하면 포함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향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포스터가 나온데 대해 일본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멀었다는 평도 나온다. 가깝게는 재무성 전 차관이 여성 기자들을 상대로 ‘호텔에 가자’ 등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한 일이 드러났고 문제가 되자 재무성 장관이 ‘담당 기자를 남자로 바꿔라’라며 안이한 대응을 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조직 내 세크하라(성희롱)가 파워하라(상사의 괴롭힘)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성희롱 자체를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에 대한 법적 보호는 남녀고용기회 균등법에 두루뭉술 기술돼 있다.

일본 각지에 있는 노동국에 접수된 피해자 상담 기록에는 기업에 대한 행정지도 외에 강한 조치는 없었다. 가해자가 성희롱 행위를 위법으로 인식하고 사과하도록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한 여성은 “노동국에 문의했지만 ‘어느쪽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회사에 위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가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30%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고20%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 전직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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