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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vs 카타르, 레바논에서 ‘영향력 겨루기’ 나서나

사우디 vs 카타르, 레바논에서 ‘영향력 겨루기’ 나서나

기사승인 2019. 01. 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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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에 빠진 레바논이 중동 국가 간 영향력 겨루기의 장(場)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국가들로부터 단교를 당한 카타르와 사우디가 상호 간 견제를 위해 레바논에 앞다퉈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 카타르가 단교 이후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레바논에 경제 지원을 제시하며 우호적 관계 구축에 나서자 사우디가 이를 가로막고 나선 모양새다.

CNBC의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모하메드 알자단 사우디 재정부 장관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레바논 안정에 관심을 갖고 끝까지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 지역 안정의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레바논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타르가 레바논에 경제 지원을 제공하기로 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알자단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레바논 경제는 시리아 내전·투자 및 관광객 감소·공공부채 급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131%이던 레바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2017년 153%까지 증가하면서 전세계에서 GDP 대비 채무 비중이 세번째로 높은 나라로 기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레바논의 공공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려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재정 개혁(fiscal adjustment)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바논의 정치 상황도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18개에 달하는 종교와 정파간 균형 유지를 위해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의회 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총리는 수니파에게 배분하는 독특한 정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레바논에서는 지난해 5월 총선을 통해 친(親) 이란 성향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동맹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총리직에는 친(親) 사우디 성향의 사드 하리리 총리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정파간 다툼으로 이어져 아직까지 연립내각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치적 혼란은 공공·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같은 사회적 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카타르가 레바논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카타르는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2017년 6월부터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4개국으로부터 단교를 당한 바 있다. 사우디와 접한 국경 외에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카타르는 단교로 인한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터키·이란 등과의 관계를 다지며 ‘탈출구’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레바논에 내민 도움의 손길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카타르 외무부는 지난 21일 5억 달러(약 5639억원) 규모의 레바논 채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레바논의 경제 위기 극복을 돕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레바논 경제에 도움은 되겠지만 재정 안정을 위해 필요한 액수에는 한참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카타르의 재정 지원 계획이 발표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레바논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 카타르가 사우디의 앙숙인 이란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인프라 구축 협력을 약속하는 등 최근 정치·경제적으로 협력을 강화하자 사우디도 레바논에서의 견제를 통해 카타르를 다시 한 번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레바논이 중동 내 영향력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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