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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안보조약 폐기설?…G20 앞두고 불안한 일본

미일 안보조약 폐기설?…G20 앞두고 불안한 일본

기사승인 2019. 06.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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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Trump <YONHAP NO-2764> (AP)
지난달 27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매년 공개되는 일본의 외교청서에는 ‘미·일 안보조약에 기초를 두고, 미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는 일본 외교의 기축이며, 정치·경제·방위를 비롯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미국은 일본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만큼 일본에게 있어 미국은 둘도 없는 우방이자 동맹이다. 하지만 28~29일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분주한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發) 미·일 안보조약 폐기설로 초조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일 관계는 최강”이라고 말해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지난 25일 충격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과의 대화에서 미·일 안보조약 폐기를 언급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골프 라운딩·스모 관람 등 ‘접대 외교’를 펼쳤던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한달여 만에 전해진 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이 미국에 불공평하다며 폐기를 언급했다는 것. 조약은 일본이 공격당할 경우 미국이 지원하도록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을 지원하는데 대한 의무 규정은 없어 일방적이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것. 놀란 일본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백악관 고위 관료로부터 ‘미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이 불안한 이유는 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트위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일본을 언급하면서 자국 유조선을 스스로 보호하라고 경고를 날린 것.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원유의 91%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얻고 있다. 일본은 62%. 많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다”며 “왜 우리(미국)가 아무 보상없이 다른 나라들의 해상운송을 지켜주고 있느냐. 모든 나라는 위험한 경로를 다니는 자국 선박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스가 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트윗 하나 하나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다”며 말을 돌렸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도 “공식 발언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 내에서는 “의도를 알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일 관계를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그의 변함없는 ‘일본관’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우리가 공격을 받아도 일본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소니 TV나 보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문제를 거듭 지적해왔다. 지난달 방일해 기업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일본이 무역 부분에서 그동안 미국보다 유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보·무역 측면에서 일본이 미국보다 이득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래된 일본관이라는 것.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내세울 성과가 필요하며, 불이익을 당할 만한 이슈는 피하고 싶은 것이 정치인의 생리.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미·일 무역협상을 내달 21일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내년 재선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방일을 앞두고 안보와 무역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일본의 양보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미·일 안보조약을 폐기할 가능성은 적지만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경비 부담 제고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일본으로서는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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