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
2015년 발생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균용 부장판사)는 9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집회·시위 현장에서 현장 지휘관이 안전한 살수에 관한 지휘·감독상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더 이상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그 현장의 지휘체계만을 신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휘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집회·시위 현장에서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는 원인과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그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 상황지휘센터 내에서 참모를 통해 현장 지휘관에게 반복하여 살수만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지휘권을 행사하여 위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한 현장의 원인, 즉 살수요원인 피고인들과 현장 지휘관인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백씨에게 직사 살수해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 관리·감독 책임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현장 지휘관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감독 의무만을 부담하는 구 전 청장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