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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중기피아]불사조의 날갯짓과 메추라기의 비웃음

[최성록의 중기피아]불사조의 날갯짓과 메추라기의 비웃음

기사승인 2022. 12.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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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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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한 정치인 이인제의 별명은 피닉제(피닉스+이인제)다. 6선 의원이었던 그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의탁했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호흡을 맞추면서 '3김(金)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정치 인생 말년에 시작했던 당의 최고위원으로 복귀했을 때에는 '잦은 당적 변경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정치인'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야구팀 'OB베어스'에 박철순이라는 투수가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 원년부터 활약했고 팀의 첫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그가 기록한 단일 시즌 22연승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나머지 그의 야구 인생은 보통 이하일 때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박철순이 한국 야구의 레전드로 대접받을 수 있었던 건 그를 괴롭혔던 수많은 부상들을 이겨내며 불사조처럼 언제든 마운드에 서는 인간승리의 모습을 썼기 때문이다.

영원, 불멸...불사조는 죽어도 부활한다는 전설 속의 새를 말한다. 500년 주기로 자기 몸을 불로 태워 '재'가 된 다음, 그 재에서 죽지 않는 '새'로 태어난다고 한다. 서양에선 '피닉스', 동양에선 '봉황'이나 '대붕'정도 되지 않을까.

우리 역시 어떠한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불사조라 부른다.

#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인류가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영생(永生)은 인간의 염원이었지만 아무도 이루지 못했다. 어찌보면 의학, 과학, 기술의 발달은 영원에 조금 더 다가가려는 '노력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물론 계속 숙제로만 남아있을 뿐 영생에는 단 한 발자국도 다가갈 순 없었다.

'100년도 못 살면서 1000년의 근심을 한다(人生不滿百 常懷千歲憂)'는 선인들의 비웃음은 아직까지 유효한 셈이다.

하지만 영생에 근접하려던, 그리고 역경을 극복하려던, 안되면 후손을 통해서라도 해결하려 했었던 인간들의 욕심이 지금을 만들었다.

한국 경제도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었다. 6.25 전쟁, 석유파동, IMF 경제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복기해보면 3저 호황,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좋은 일도 있었지만 좌절로 점철된 어두운 면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판을 통해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 아주 오랫동안 기업에서 일만해왔던 노구의 경영자가 있다. 그가 입사할 때 호암 이병철 회장이 건재할 때라 하니 40년도 넘었다.

그에게 물었다.

"기업들에게 서슬 퍼런 칼을 들이대던 군사정부, 아니면 선배들이 다 나갔던 1997년(IMF 경제위기)이 힘들었습니까. 혹 뒷방 늙은이 취급 받았던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가 더 어려지는 않았습니까?"

"에이, 지금은 그때 비할 바가 아니지. 1997년에는 나라가, 5공 시기와 2008년에는 회사가 절단나는 줄 알았으니까...당시 위기를 어!떻!게!든! 이겨냈듯이 이번 어려움도 어!떻!게!든! 극복할거야,"

물론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힘든 시기가 될 거라고 말한다. 경제지표·각종 전망치·주가 등 모두 암울하게 흐르는 중이다

불사조의 날갯짓이 필요하다. 꼭 거대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든 하고자하는 마음들이 모인다면 반드시 성과를 낼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필사의 노력이 '삽질'또는 '맨땅에 헤딩'이라고 비웃음 받을 수 있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사례처럼...

# 북쪽바다의 물고기가 변신한 거대한 새 대붕(大鵬)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런데 메추라기가 대붕의 나는 모습을 보며 "저 놈은 어디로 가려고 저러느냐?"고 비웃는다.

9만리 창공을 나는 대붕을 보며, 기껏해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는 메추라기가 같잖게 보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에 메추라기의 비웃음은 정치, 규제, 노사관계 등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하지만 부활, 재생,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대붕에게 작은새의 비웃음은 결코 장애가 될 수 없다.

한국경제여 겨드랑이가 가렵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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