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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증권사 리포트…올해 ‘매도’ 의견 6건뿐

유명무실 증권사 리포트…올해 ‘매도’ 의견 6건뿐

기사승인 2022. 12. 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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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행 리포트 1만5833건 중 '0.04%' 그쳐
코스피지수 20% 빠지는데…'매수 의견' 일색
외국계 증권사, '매도' 비율은 국내 비해 높아
"상장기업 상대 불이익 우려…관행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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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들의 기업 분석 리포트가 여전히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증권사들이 발행한 1만 건 이상의 리포트 가운데 '매도(비중축소 포함)' 의견은 겨우 6건뿐이기 때문이다. 약세장에도 고객사인 상장기업의 눈치를 보며 '매수' 일색의 리포트를 내놓은 것이다.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장밋빛 리포트' 일색인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2월 12일까지 약 1년간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리포트는 총 1만5833건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대목은 '매도' 의견을 제시한 리포트가 전체의 0.04%(6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제주항공), DB금융투자(카카오뱅크)가 각각 3건씩 동일 종목에 대해 '매도'와 '비중축소' 의견을 냈다. 다만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별 투자등급 비율(2021년 9월 말~2022년 9월 말)'을 보면 두 증권사도 각 사 전체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이 각각 1.1%, 7%에 그쳤다.

같은 기간(1월~12월 12일)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의견 리포트는 총 1만3192건에 달했고 '중립' 의견은 777건이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0.6%(1월 3일 2988.77→12월 12일 2373.02) 떨어졌다. 하락장에도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라'고 권한 셈이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 비율이 국내 증권사에 비해 높았다.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1년 동안 외국계 증권사 14곳의 '매수' 의견 비율은 62.2%, '매도' 의견은 11.7%를 기록했다. 특히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24%),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23.3%)의 '매도' 의견 비율은 20%를 넘었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일색' 리포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는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2017년과 2019년 제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9월 정치권 일각에선 외국처럼 독립리서치를 활성화하거나 특정 투자의견 비율 조정을 권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객사인 상장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증권사로선 기업을 상대로 IPO(기업공개), 인수합병(M&A) 등 영업을 해야 하는데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매도' 의견을 내려면 종목 분석을 위한 기업탐방에서 배제되거나 대출 거래 중단 등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고 '장밋빛 리포트' 관행을 방관해선 안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증시 조정기에 '매수' 일색인 증권사 리포트가 투자자들의 판단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매수 의견만 남발하는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를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참고용으로 볼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소신껏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관행을 깨기 위해선 추가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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