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서훈, ‘강제북송’ 실무진 반대에도 “그냥 해”…檢 공소장에 적시

서훈, ‘강제북송’ 실무진 반대에도 “그냥 해”…檢 공소장에 적시

기사승인 2023. 03. 09. 15:1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檢 "남북관계 경색 국면 타개 위한 무리한 북송" 결론
서훈, 국정원 3차장에 '북송 조치 의견' 보고서 작성 지시
보고서에 '귀순 요청' 삭제 후 '대공혐의점 없음' 추가해
강제북송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정보원 실무진의 반대에도 "그냥 해"라며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법조계와 연합뉴스 보도를 종합하면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도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이같은 무리한 북송을 추진했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공소장에 담았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안보실과 국정원은 2019년 11월 1일 북한 선박이 우리 해군의 퇴거 조치에도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를 계속 시도하던 때부터 이미 북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협의했다.

서훈 당시 국정원장은 11월 1일 김준환 국정원 3차장에게 "동료 선원을 다수 살해한 흉악범이 남쪽으로 오려도 시도하고 있다"며 이들을 법적으로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나포된 어민들이 11월 3일 중앙합동정보조사에서 동료 어민들을 살인했다고 자백하자 서 전 원장,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이튿날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강제북송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강제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고, 정당화할 근거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급하게 강제북송 방침을 세우게 된 데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봤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었다.

11월 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낼 예정이던 정부로서는 어민 북송을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북한을 존중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런 방침에 아래 정 전 실장, 서 전 원장 등이 어민들의 귀순 의사와 실무진 의견에 반해 북송을 밀어붙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원장은 11월 3일 오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으로부터 관련해 보고받고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4일 새벽엔 김준환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온 거겠냐. 자기들 살려고 온 것이지. 우리는 북송하는 방향으로 조치 의견을 넣어서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말한다.

이에 김 전 차장이 "대공수사국 설득이 가능하겠습니까. 두 번이나 실무부서에서 반대한 것을"이라고 반문하자, 서 전 원장은 "그냥 해. NSC에서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그냥 그 의견을 내"라고 지시했다.

서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김 전 차장은 대공수사국장으로부터 어민들에 대한 강제 수사 등이 필요하다는 '검토 및 조치 의견' 내용 상당 부분에 'X자'를 표시하며 보고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김 전 차장으로부터 수정 보고서를 보고받은 서 전 원장은 "NSC에서 결정됐는데 대공혐의점 희박이 뭐야?"라면서 귀순 요청 부분을 삭제하고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으로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렇게 수정된 국정원 보고서가 통일부에 전달됐고,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 역시 '귀순 의사 표명'이나 '귀순'에 관한 내용은 모두 삭제하고 '나포'·'월선'으로 대체해 '귀순 의사'가 없었던 것처럼 작성됐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