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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조원태 회장, 메카 케리어를 향한 초심 잊지 말아야 할 때

[취재후일담] 조원태 회장, 메카 케리어를 향한 초심 잊지 말아야 할 때

기사승인 2023. 10. 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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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4년차 돌입
박완준
박완준 산업부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인수 과정에 돌입한 지 다음달로 4년차를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합병을 위해서는 14개국의 합병 승인이 필요한데, 현재까지도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죠.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혼란스러움이 감지됩니다. 총수가 인수합병 전면에 나섰지만, 3년 동안 끝맺음하지 못한 사례는 이례적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조 회장은 합병을 성사시키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알짜 노선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미국 노선 중에서는 뉴욕과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와 호놀룰루 등 알짜 노선을, 일본에는 나고야 슬롯을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취항 노선인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등도 거론됩니다.

하지만 EU의 벽이 높아 매번 거절을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화물 사업까지 티웨이항공에 넘기겠다는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은 지난 코로나19 기간 연 매출 3조원을 넘기고, 올 상반기 매출도 7800억원에 달합니다. 업계는 올해 총 매출 1조6000억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 매각 계획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은 임직원들의 구조조정도 예상돼 근무 환경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대한항공이 인수에 처음 나설 때는 내부적으로 직장의 안정화를 꿈꾸며 희망적인 부분이 컸지만, 화물 사업 매각과 알짜 노선 포기 등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무리한 선택을 단행해 우려스럽다"며 "조 회장이 기업 경쟁력보다 자신의 경영권 보호를 1순위로 둔 것이 아닌 지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직원들이 조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무리한 인수합병에 의구심을 가진 배경에는 과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남매의 난'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해 이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조 회장이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조건을 제시해 백기사로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대가 없는 거래는 없는 법.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실패할 시 산업은행은 경영권 다툼에서 한 발자국 물러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결과 한진칼 주식의 19.79%만 보유한 조 회장의 경영권에 위협세력이 들어와 경영 분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기간 산업인 항공은 기업의 덩치를 키워 가치를 더 높게 만들어야 할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 통폐합과 중동 국가들과 중국이 자국 항공사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항공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음달로 4년차를 맞이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 회장의 '메가 케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초심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이 절실합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키겠다'보다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 합병'이라는 슬로건 아래 임직원 모두가 힘을 모아 도약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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