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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이자수익 증가에도 몸 사리는 빅5···이익보단 리스크 관리에 방점

빚투 이자수익 증가에도 몸 사리는 빅5···이익보단 리스크 관리에 방점

기사승인 2023. 11. 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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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에 이차전지 중심 거래 성행
에코프로머티 증거금률 40%→100%
키움證 미수금 사태로 보수적 경영 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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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을 통해 3분기 큰 이익을 실현했던 대형 증권사들이 4분기 들어서는 빚투(빚내서 투자) 증가세에도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해 선제적으로 위탁증거금률을 높여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특정 종목에 빚투한 기존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거래가 막히면서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빅5 증권사들(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은 상장 이후 고공행진 중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해 증거금률을 기존 40%에서 100%로 상향했다. 증거금률 100%는 사실상 미수와 신용거래를 막는다는 의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17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이후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상장 당시 3조원 수준이었던 시총은 현재 8조원까지 올라섰다. 올해 들어 빚투 세력 유입에 중심에 섰던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증권사들이 지난달 뒤늦게 증거금률을 높인 것과 비교해본다면, 이번 대응은 상당히 발 빠른 조치다.

앞서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 3분기 동안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을 통해 이익을 실현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빅5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1조18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분기(7605억원) 대비 35.7% 증가했으며, 작년 3분기(1조1164억원)보다는 약 7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대형사들이 이 기간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이차전지 테마주 열풍 때문이다. 이차전지 기업들의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개미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액은 연중 최고치인 20조5573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양상은 한 달 반 가까이 지속됐고, 그 덕분에 증권사들은 증시불황 속에서도 이익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 빅5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을 살펴보면, 이들 모두 지난 2분기 대비 5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이자수익은 3497억원으로 전분기(2253억원) 대비 5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1993억원), NH투자증권(2100억원), 삼성증권(2555억원), KB증권(1691억원) 등도 50%대 이자수익 증가세를 나타냈다.

최근 들어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빚투 거래가 다시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작됐던 지난 6일 신용거래융자 잔고액은 16조5767억원이었지만, 같은달 28일엔 17조2045억원까지 증가했다. 한 달 새 6000억원 넘게 늘었고, 최근 5일 동안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주가 급등세를 보이거나 투자 위험이 있는 종목에 한 해 선제적으로 위탁증거금률을 높이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위탁증거금률은 미수나 신용거래에 필요한 증거금을 비율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당장의 이자수익에 연연하다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면, 키움증권 미수금 사태가 이들 증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낮은 증거금률이 원인이 됐던 키움증권 미수금 사태 영향으로 증권업계 전반에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증권사들이 이에 동조한 것이라는 평가다. 결국 이익 실현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이익보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이고, 또한 사고가 날 경우 후폭풍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증거금률을 높인 측면도 있다"라며 "특히 이차전지 관련주들 중에서는 주의 종목으로 지정되는 것들도 있기에, 업계에선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면서 보수적으로 운영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빚투한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빚투가 막힐 경우, 투자자들의 투심도 위축될 수 있어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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