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재용의 뉴리더십②] 일등 삼성의 무게… ‘오너의 시간’

[이재용의 뉴리더십②] 일등 삼성의 무게… ‘오너의 시간’

기사승인 2023. 12. 25. 16:4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올해 투자액 54조7000억…연간 최대
용인·미국·일본 등 반도체 거점 확보
230324 삼성전기 중국 텐진공장 점검 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공장에 방문했다. /삼성전자
basic_202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2023년은 한달 한달이 중대한 결단의 순간이었다. 역대급 불황에 3분기 누적 12조원대 적자에 빠진 반도체 생산량을 줄였고, 반면 시설과 R&D 투자는 80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의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하는 어려운 결정이 내려졌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오너만의 장기적 판단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이 회장은 일론 머스크 등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글로벌 리더들을 치열하게 만났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현장 경영으로 내외부를 장악, 결속을 다져나가며 고군분투했다. 향후 시스템반도체 주도권 싸움의 키를 쥔 '슈퍼을' ASML을 설득해 한국에 R&D센터를 짓기로 담판을 내면서 그의 오너 리더십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의 무게 느낀 1년… 어려워도 '최대투자' 승부수
2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확정적이고, GDP 성장률도 1.3%에 그칠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요국 대비 최하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가 경제 향배에 영향을 준 건 14년만에 '어닝 쇼크'에 빠진 삼성전자다. 아무도 예상 못한 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과잉은 분기별 10조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2분기 연속 6000억원대로 추락시켰다.

삼성전자 핵심인 반도체는 1·2분기 연속 4조원대, 3분기 3조7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세계 메모리반도체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향배를 가늠하기 위해 모두 삼성의 입만 바라봤다. 삼성이 분기 IR마다 의미 있는 '감산 시그널'을 전했고 그렇게 적자폭은 줄어갔다. 예상 보다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가 있지만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시장이 곧바로 반응했다. 올 1월 2일 첫 거래일 주당 5만5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22일 기준 7만5900원까지 치솟았다. 이 회장이 연말 정기인사에서 경계현 반도체부문(DS) 사장의 유임을 확정 지은 대목도 업계가 내년 호황을 기대하는 배경이 됐다. 천문학적 적자에도 신임이 이어진 데 대해, 단지 업황이 어려울 뿐 전략과 계획에 차질이 없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했다.

이쯤 되니 반도체 업턴에 대한 이 회장의 자신감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연간 최대 수준인 53조7000억원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고, R&D 역시 3분기 누적 20조8000억원을 쏟아부으며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24조9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에선 장기적으로 300조원이 투입 될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본격화 된다. 평택 반도체단지와 연결하면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최대 메가 클러스터의 탄생이다. 최첨단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은 내년 말 양산을 향해 순항 중이다. 여기선 TSMC와 격차를 줄이겠다고 단언한 4나노 공정 AI반도체가 만들어진다.

일본엔 36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R&D 거점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중 일본정부가 절반을 보조하며 적극적인 모양새를 연출했다. 불과 수년전 일본은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걸며 공급망 리스크를 야기한 바 있다. 이제 소재·부품·장치산업 강국 일본과의 협력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불황마다 '위기에 진짜 실력 나온다'고 자신했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로 올라서겠다는 비전도 세운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10년 후를 내다보는 담대한 여정을 끌어가려면 어떤 장해물도 관철 시키는 강력한 오너의 의지와 리더십이 필수"라고 전했다.

국기에 경례하는 윤석열 대통령<YONHAP NO-4015>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발로 뛰며 성과 낸 총수… '오너의 저력' 보였다
이재용 회장은 1월부터 바쁘게 뛰기 시작했다. UAE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난 게 첫 출장길이다. UAE는 첨단 도시 '두바이'의 성공으로 반도체·IT 및 인프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회장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오너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분석이다.

4월엔 역대 최장인 22일간의 출장길에 올랐다. 첨단산업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수장을 만났고 경쟁자이자 고객사인 구글, 엔비디아와 MS를 만났다. 미묘한 동거관계 속 '윈윈' 전략을 찾아냈을 지 관심이 쏠렸다. 지난 10월 삼성 영빈관 승지원에서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이건희와 일본 친구들) 정례 교류회를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면서 일본 소부장 기업과의 협업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달 네덜란드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은 전세계 유일 반도체 노광장비 'EUV' 생산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대표와 만나 한국에 R&D 센터를 짓는 데 합의했다. EUV는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의 반도체 제조에 필수다.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가 파운드리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게 바로 수율이다. EUV 장비를 각 사 제품에 맞게 조율하는 공정기술이, 곧 수율과 연결되고 양산에 돌입하는 속도를 앞당기게 하는 열쇠가 된다. R&D센터를 한국에 짓겠다는 의미는 장비를 공급하는 ASML이 고객사인 삼성과 이 문제를 함께 풀겠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재계에선 삼성의 미래를 건 중대한 시기, 이 회장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올 한해 삼성과 반도체의 부진에, 우리 경제가 얼마나 휘청이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도약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배경 중 하나는 업턴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이재용 회장의 모습에 있다"고 했다.

귀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YONHAP NO-212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5일 네덜란드 방문 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