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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닭강정’ 이병헌 감독 “만화적인 코미디 장르, 새로운 도전이었죠”

[인터뷰] ‘닭강정’ 이병헌 감독 “만화적인 코미디 장르, 새로운 도전이었죠”

기사승인 2024. 03. 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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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신작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으로 돌아왔다/제공=넷플릭스
"전체적인 톤 자체가 저한테는 새로운 지점이었죠. 만화적으로 그려 넣은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 역시 처음 해보는 연출이었어요."

영화 '드림'으로 1년여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으로 돌아온 이병헌 감독은 작품을 작업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닭강정'에 대해 "매일매일 재밌는 연극 한 편을 보는 것처럼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다.

"전체적인 톤 자체가 저한테는 새로운 지점이었죠. 만화적으로 그려 넣은 작품이라고 해야 하나, 저 역시 처음 해보는 연출이었어요. 배우들의 대사 톤이나 과장된 행동 등이 어찌 보면 이질감이 드는데 소재에 대한 어색함은 연극, 만화와 같은 톤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죠. 매일매일 재밌는 연극 한 편을 보는 것처럼 만들고 싶어서 작업하면서 즐거웠어요.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많이 시도된 적은 없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정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원작의 색깔을 고스란히 가져오자 했고, 제가 재밌게 본 원작을 그만큼만 만들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도 했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달성한 '극한직업'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사랑을 받은 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실사화한 이유는 "신인 감독들과 웹툰 원작, 재밌는 소재를 찾아다니는지 보니 자연스럽게 웹툰을 접하게 됐다. 실제로 제작사들이 발이 빠르더라. '재미있겠다' 싶은 것은 이미 판권 계약이 돼 있었다"면서 "'닭강정'을 보여줬을 때 드라마화 하고 싶다고 보여준 건 아니고 '감독님이 정말 재밌어할 것 같다'라고 보여주더라. '닭에 대한 이미지가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에 들었다"며 웃었다.

웹툰을 그린 박지독 작가가 그려놓은 '닭강정'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박작가의 그림체에는 닭강정 한 조각이 그려져 있고, 손가락 다섯 개도 그리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끌렸고 말이 안 되는데 계속 다음화를 넘기고 있었다. '알면 알수록 더 재밌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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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왼쪽)·류승룡이 넷플릭스 '닭강정'에서 호흡을 맞췄다/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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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왼쪽)·류승룡이 넷플릭스 '닭강정'에서 코믹 연기를 펼친다/제공=넷플릭스
'닭강정'은 원작 웹툰에서 느껴지는 만화적인 요소를 최대한 담아냈다. 여기에 이 감독 특유의 코미디와 대사들이 드라마를 더 풍성하게 만들며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들의 대사 톤이나 과장된 행동 등이 어찌 보면 이질감이 드는데 소재에 대한 어색함은 연극·만화와 같은 톤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죠. 이런 작품이 한국에서 많이 시도된 적은 없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정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원작의 색깔을 고스란히 가져오자 했고, 제가 재밌게 본 원작을 그만큼만 만들면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도 했죠."

'스물'을 비롯해 '극한직업' '드림', 드라마 '멜로가 체질'까지 '이병헌표 코미디'를 응원하는 팬들도 상당하다. 한국 영화계에서 코미디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이를 성공시킨 건 대단한 일인데 이 어려운 것을 해낸 것이 이 감독이다. 대중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코미디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만화적인 요소 대사 톤,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오는 코미디는 호불호가 갈렸다.

"'이제 제 개그가 대중에게 읽혔구나' 싶더라고요. 작품을 1년에 한 번씩 해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제 이름이 걸림돌이 된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지금 방식을 다방면으로 고민을 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병맛 코미디'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차기작들은 그렇지 않아요. 코미디를 너무 좋아해서 해외 시청자, 관객들에게도 제가 고민을 해야 하는 상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전작들도 해외 관객 반응을 많이 봐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은데 장르 특성상 문화, 언어가 다른 사람에게 어필하기 가장 어려운 작품이에요. 그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고, '닭강정'이라는 소재를 택하면서도 그 생각을 했어요. '이런 장르라면 어떻게 해외 관객들이 반응할까', 이런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 저뿐만 아니라 이 장르를 좋아하는 창작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전작들에 비해 코미디적인 부분을 더 많이 강화했다. 특히 특별출연한 정호연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작정한 코미디'였다. 코미디 연출을 할 때 스스로 견제한 부분이 있을까.

"견제한 것은 따로 없어요. 코미디라는 게 그 장르에서 코미디로서의 퍼포먼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과하다는 건 이 장면이 필요하니?'라는 것이에요. 이걸 가볍게 코미디로 보면 말장난처럼 보일 수 있어요. (연출을 할 때)'이 장면 필요하니?'를 되물어요. 정호연의 연기는 백중(안재홍)에 대한 인물을 설명, 추적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먹거리는 흔한 논쟁거리잖아요. 그런 것도 저희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것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병헌 감독
이병헌 감독이 넷플릭스 드라마 '닭강정'으로 새로운 코미디를 선보인다/제공=넷플릭스
안재홍은 '멜로가 체질', 류승룡은 '극한직업'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작품으로 재회한 두 사람과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두 명이지만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 드는 게 각자의 코미디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분들이에요.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 두 사람을 모아놓았을 때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뿌듯함, 대단한 팀을 만들었다는 감격스러움도 있었어요. 한 명씩 각자 다른 작품에서 작업을 해봤기에 어떻게 작업하고 연기할지 너무 잘 알았죠. 싱크로율까지 맞더라고요.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현장에서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익숙하게 잘 아는 것들을 활용해 좀 편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실제로도 너무 편했죠."

드라마에는 전작 '멜로가 체질'의 장면과 OST 등이 등장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병헌 감독이 영업하는 것 같다" "닭강정 보고 멜로가 체질도 봐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이에 이 감독은 "코미디적인 장치 일뿐"이라고 했다.

"'멜로가 체질'에 대한 애정이 물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본방송 할 때의 아쉬움이 남아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데 처음에는 이렇게밖에 사랑받지 못했을까 아픈 손가락 같은 거죠. 그래서 가져다 쓰는 것 같아요. 지금은 넷플릭스를 통해 많이 봐주고 계시지만, 마지막 애정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는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한다'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는 곧 '닭강정'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이 감독은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사로 다 쓴 것 같아요. 극 중 백정이 얘기하는 대사들 중에 그런 것들도 있었고 제가 바라는 방향이기도 해요. 살면서 전쟁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나이를 먹어가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왜 이렇게 싸웠지?' 하면서 좀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걸 원작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원작을 보면서 우리 사는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바람이 대사를 통해 나온 거죠.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한다'인데, 제 바람으로는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했으면 좋겠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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