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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대한민국, 전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

[이각범 칼럼] 대한민국, 전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

기사승인 2024. 04. 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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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5년 간 거덜 낸 국가경제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떠넘긴 문재인 정권
야당의 집요한 선전전으로 국정실패의 낙인 찍힌 윤석열 정부
이승만 정부-박정희 정부-김영삼 정부의 국가전진 기간
문재인 정부의 국가후진 기간
세계 흐름은 지정학·지경학·지기학(地技學)적 관점 합한 복합관계로 이해 가능
원초적 반일감정과 친중 사대주의로 대중선동하면 안 돼
이번 총선은 국가 전진세력과 국가 후진세력 간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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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저희는 지난 정권처럼 돈을 마구 풀어서 높은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를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전(前) 정권을 탓할 겨를도 없습니다. 높은 물가와 저성장으로 어려워진 세계경제 탓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서 국민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국가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메시지를 국민 앞에 내놓지 않았다. 아마도 5년 내내 적폐청산이라며 전임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느라 아까운 재임시간을 소진한 문재인 정권의 억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 같다. 화려한 행사기획을 통해 겉포장은 화려했지만, 국가정책의 내용은 텅 비었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취임 후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인 윤석열 정부를 향하여 야당은 거침없는 공격을 시작하였다. "대통령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민생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하였고, 일부 강경파들은 설익은 탄핵 이야기까지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거덜 낸 국가경제의 책임을 오롯이 윤석열 정부에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다. 지난 1년 11개월 동안 야당이 집요하게 공격함으로써 국민의 뇌리 속에는 실패한 정권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가고 있다.

지금의 야당이 집권한 5년 동안 국가 전략은 없었다. 그들에게는 집권 전략과 홍보 전략만 있었고, 기막히게 잘 구사했던 선거 전략이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국과 독립의 보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구현하려고 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국근대화의 기치 아래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로써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벗어버리고, 산업국가로서 국제적 인준을 받게 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발전 과정에서 생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한 '개혁' 대통령이었다. 하나회 척결로 정치군인 집단이 정치적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문민통치시대를 열었다. 금융실명제를 통하여 투명한 경제 사회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집권 2년차부터 세계화·정보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대한민국을 새로운 세계화시대, 정보화시대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문재인 정부 5년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여 쏟았던 선대 정부의 노력을 수포로 돌린 기간이었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정책이다. 노동시장은 노동력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공간이다. 원하는 노동력의 수요가 생겨서 이에 상응하는 노동력의 공급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순환적으로 반복되면 취업생태계는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을 거꾸로 하였다. 노동력에 대한 신규 수요가 딱히 없는데도, 잉여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추가노동력의 한계생산성이 제로에 가깝게 되었다. 회계책임 (accountability)이 분명한 사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한 노동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지불할 수 없는 많은 자영업자들의 고통과 폐업이 뒤따랐다. 결국 정책 잘못을 호도하느라 소득보전의 명목으로 국가채무의 급증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은 세금이나 국가채무로 메꿀 수밖에 없었다. 탈(脫)원전 정책의 폐해는 아직도 근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안전한 한국의 원전기술은 이웃나라로 팔려갔다. 우리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확보했던 수출시장을 잃어버렸다.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의 가스수입대금 정산문제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세계의 복합적 위기 상황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대미문의 복합성 때문에 위기극복 또한 복합적 접근방식을 통하여서만 가능하다. 종래의 지정학적 관점에 지경학적(geo-economic) 관점과 지기학적(geo-technological) 관점을 더하여 다차원적 접근을 할 때에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최근 대중(對中) 수출 감소 문제에 대하여 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식이 경이롭다. "우리나라 최대 흑자국가·수출국가인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국가가 돼 버렸어요.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謝謝)',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어요.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질서 속의 문제에 대하여 이 대표는 이렇게 단순하게 진단하고 있다. 어떻게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 안 사는가?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은 중간재다. Made in China 제품 속에 들어가 있는 한국산 중간재를 중국의 완제품 생산자는 자신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구매하고 안 하고를 결정할 뿐이다. 어떻게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를 외면하고, 우리나라가 책임국가로서 행동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원초적 본능에 가까워진 반일감정에 기대어 대중선동 함으로써 득표해 보려는 야당지도자의 행태를 경계하여야 한다. 이제 일본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와 동아시아 질서의 한 축을 형성하는 동반자 관계에 있다. 국력에 있어서도 우리는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해 왔다. 한 세기 전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 국민들이 국제사회에서 행동하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21세기 국가전략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22대 총선은 우리나라가 전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21대 국회를 극복하고, 21세기 세계주류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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