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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커머스에 무너지는 호주 자영업자

중국산 커머스에 무너지는 호주 자영업자

기사승인 2024. 04. 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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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비자들 생활비 압박에 쉬인·테무 통해 쇼핑
Godfreys
1931년 설립 이래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에 22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해 왔던 세계 최대 진공청소기 소매업체 가드프레이스(Godfreys)가 최근 파산했다. /출처=가드프레이스 페이스북
호주 가계가 생활비 압박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최저가격을 무기로 전세계 온라인 시장을 휩쓰는 중국산 커머스의 등장으로 현지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호주 에이비시(ABC) 방송은 10일 지난 2년 동안 파산절차에 들어간 자국 기업이 지난해 193개에서 올해 502개로 2배 이상 폭증했다면서 코로나19 위기를 넘긴 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 닥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비시 방송에 따르면 호주 소비자들이 현금을 보수적으로 사용하면서 그동안 인기 있었던 중고 거래도 줄어들고 있다. 중고명품 위탁판매를 하는 커스타 호킨슨 뮤추얼뮤즈 대표는 "지금은 소매업에 종사하는 것이 두려운 시기"라면서 지난 9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 역시 지난 2년간 계속 하락해 올해 3월에는 역대 최저인 84.4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심리가 커지면서 구매 의사 역시 하락하고 있다"면서 "1990년대 초반의 깊은 경기 침체를 제외하면 1970년대 중반에 조사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긴 소비자 비관론의 시기"라고 분석했다.

소규모 소매업체와 중소 체인을 대표하는 전국 소매협회가 6000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호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설문 응답자의 대다수가 가계 운영 경비를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업체도 많았다.

응답자의 44%가 지난해보다 이익이 줄었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전기세와 수도세 같은 공과금을 신용카드 할부로 내는 것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 자영업자는 최근 정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면서 접객업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소비자 심리가 바닥을 치면서 저가 품목을 찾는 소비자는 중국 온라인 소매업체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매달 200만명 이상의 호주인이 가정용품, 전자제품, 의류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중국 온라인 소매업체 쉬인(Shein)과 테무(Temu)를 이용하면서 한화로 2조원가량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통 전문가는 "중국산 커머스가 매우 빠르게 호주 시장에 안착했다"면서 "젊은 고객뿐만 아니라 은퇴자들도 중국산 커머스를 생활비 절감의 좋은 기회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타와 구글에서만 하루 100억원 이상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중국 업체를 호주 자영업자들이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던 많은 소매업체가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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