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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의 문화路]쉬는 의자·끌어안는 조각…장애인 목소리 품은 작품들

[전혜원의 문화路]쉬는 의자·끌어안는 조각…장애인 목소리 품은 작품들

기사승인 2024. 04. 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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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장애인·비장애인 예술가 참여 전시 선보여
편히 앉아 작품 감상하는 파란 의자, 끌어안는 조각작품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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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 닿은 노래' 전시 전경. 전시장에 놓여 있는 파란 의자는 라움콘과 피네건 샤논의 협업작 '우리 여기서 환영받는 거 맞죠, 아닌가요?'이다./사진=전혜원 기자
"만약 전시관람을 천천히 하고 싶으시면 잠시 이 의자에 앉아있다 가세요."

장애인 예술가들이 참여한 전시 '여기 닿은 노래'가 열리고 있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을 찾으면 이러한 문구가 써져 있는 파란 의자를 발견할 수 있다. 몸이 불편한 관객에게는 서서 전시를 보는 것이 꽤 고단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우리 여기서 환영받는 거 맞죠,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이 파란 의자는 전시장 1, 2층에 각각 2개 씩 놓여 있다. 피네건 샤논과 라움콘의 멤버 Q레이터(이기언)가 협업한 결과물인 이 작품은 관람객이 앉아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배치됐다.

전시장 1층에 놓인 파란 의자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라움콘의 '과정의 과정'이 보인다. Q레이터와 송지은 부부 작가로 구성된 라움콘은 뇌출혈을 겪은 Q레이터가 최소한의 돌봄으로 일생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 손 그릇', '한 손 장갑' 등을 제작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을 제작하기까지의 돌봄과 협력 과정을 보여준다.

아르코미술관이 위치한 혜화역과 마로니에공원 일대에는 자신의 존재와 권리를 알리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자주 울린다. 미술관 측은 이들의 목소리가 미술관에 와 닿았다는 의미를 담아 전시 제목을 정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미정 큐레이터는 "주체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 주목하고자 장애예술, 배리어 프리 등 장애와 비장애를 이분하는 단어 사용 및 작품 설명을 지양했다"면서 "전시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낸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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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 닿은 노래' 전시 전경. 김채린 작가의 '끌어안는 조각', '쓰다듬는 조각', '안아서 어르는 조각'이 놓여 있다./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작 중 2층에 자리 잡은 김채린의 '끌어안는 조각'도 눈길을 끈다. 두 팔을 벌려 작품을 안고 볼을 갖다 대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안어서 어르는 조각'도 재밌다. 커다란 구 모양의 작품을 들어올려 마치 아기를 달래듯 양옆으로 천천히 흔들면 소리가 난다. 그 옆에 '쓰다듬는 조각'은 안에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손으로 쓰다듬으면 소리가 나는 신기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김은설 작가의 3채널 비디오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언어'도 독특한 작품이다. 세 명의 농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다. 하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세 명은 서로에게 집중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밖에도 직접 가보지 못하는 풍경을 사진 등으로 접한 뒤 동판을 두드려 제작한 김선환의 '무등산', 작가 한영헌이 자신이 직접 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나 지인들에게 정성스럽게 쓴 편지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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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 닿은 노래' 전시 전경./사진=전혜원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11월 '무장애 국제예술 라운드테이블'의 연장선에 있다. 아르코미술관, 3개 지역 문화재단, 독일문화원, 캐나다 국립장애인문화예술센터가 협력해 개최했다. 전시에는 광주, 부산,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창작센터 출신 작가 7명이 참여했다. 비장애인 예술가까지 합쳐 총 13명(팀)의 40여 점을 소개한다.

김 큐레이터는 "장애인들이 타로 마스터가 된다거나 훌라춤을 가르쳐주는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이번 전시는 장애인들이 창작자이자 능동적인 미술관의 사용자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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