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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 장기화 전망에 증권사들도 긴장 고삐 죈다…실적 ‘경고등’ 켜질까

3高 장기화 전망에 증권사들도 긴장 고삐 죈다…실적 ‘경고등’ 켜질까

기사승인 2024. 04. 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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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지속 땐 외인 투자 수급 약화
금리상승으로 채권평가 순익 감소 전망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에 IB 수익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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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여파로 고환율·고유가·고금리 이른바 3고(高) 현상이 한국 경제를 뒤덮은 가운데, 증권업계까지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거래대금 증가세와 금리인하 기대 등으로 1분기까지 실적 개선 분위기가 있었지만, 2분기 들어서자 대내외 경제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국내 증시를 향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역시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수 있다. 리테일 부문에서 매출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탄탄한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삼성·키움증권 등이 특히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에서도 금리상승으로 채권평가손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한양·DB금융투자 등 중소형사들이 지난해 채권운용을 통해 호실적을 견인했던 만큼, 현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다. 또한 국내외 부동산 투자 손실로 인한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증권사들의 기업금융(IB) 부문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환율·고유가·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영향을 받는 증권업계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중동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최근 한국 경제는 3고 위기에 직면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목전까지 치솟았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는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기준금리를 10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증권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증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 증권사들 실적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원화 약세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감소할 수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달 19일부터 18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지만, 지난 15일 돌연 순매도로 전환했다.

또 환율이 오르면 물가 상승폭이 확대돼 수입 위주의 기업들이 매출 부담을 느끼게 된다. 결국 상장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이어져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기까지 환율 수준이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어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역시 증권업계 악재로 연결된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어서다. 당초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로 국내 증시에 대한 수급이 늘어난 측면이 있기에,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질수록 투자 수요가 줄고 자금 이탈이 늘 수 있다.

실제 일평균거래대금은 증가세를 유지하며 최근 두 달간 22조원을 넘어섰지만, 4월 들어 21조5494억원을 기록하며 한풀 꺾인 상태다. 매년 리테일 부문에서 실적 우위를 점했던 미래에셋·삼성·키움증권에 대한 실적 우려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운용 부문에 대한 실적 악화 우려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3.291% 수준이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기준 3.469% 기록 중이다. 2주 새 17.8bp(0.178%포인트) 오른 셈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이며, 증권사들 입장에선 채권평가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지난해 교보·한양·DB금융투자 등 중소형사들이 채권운용으로 호실적을 이뤄냈기에, 경기 흐름에 따른 이들 회사들의 실적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되고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금리가 지속될수록 국내외 부동산 투자 손실에 대한 증권사들의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수의 증권사들은 지난해 3조2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브릿지론 부도율이 지역별로 40∼80% 수준으로 형성되는 연착륙의 경우 증권사 손실액이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며 "50~90% 수준인 경착륙은 5조7000억원, 60∼100%는 7조6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투자 손실의 근원이 고금리 기조였던 만큼,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고 위기가 길어지면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특히 증시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도 최근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PF 관련 후속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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