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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속으로]연극 ‘하녀들’

[무대 속으로]연극 ‘하녀들’

기사승인 2009. 03. 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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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로 가득찬 배우 열연 돋보여”
간만에 광기로 가득찬, 정말 ‘센’ 연극 한편을 봤다.

대학로에 사랑 타령 아니면 코믹하고 가벼운 작품이 수를 놓고 있는 가운데 연극 ‘하녀들’은 피처럼 진득한 작품의 깊이를 보여준다.

무대에는 하녀 두 명과 이들을 개처럼 부리는 마담이 등장한다.

마담이 집을 외출하면 하녀들은 마담의 옷을 입고 마담처럼 화장을 하고 마담과 같이 거만하게 행동하는 ‘연극 놀이’를 시작한다.

두 하녀는 거칠고 비굴한 캐릭터를 지닌 언니 ‘쏠랑쥬’와 귀엽고 영악한 동생 ‘끌레르’다.

막이 오르면 끌레르는 한껏 치장을 하고 마담의 가발을 쓴 채 마담 행세를 시작한다. 마담이 평소 자기에게 했던 것처럼 쏠랑쥬에게 독설을 퍼붓고 학대를 가한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놀이 속에서 마담의 목에 식칼을 들이대고, 마담을 조롱한다. 하지만 이건 모두 연극에 불과하고 실제 마담이 나타나면 하녀들은 비굴한 모습으로 고개를 조아릴 뿐이다.

하녀들은 마담을 괴롭게 만들 음모를 꾸몄으나 실패로 돌아가자 이것이 밝혀질 게 두려워 마담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 또한 넘지 못할 벽. 결국 살해 음모는 수포로 돌아가고 하녀들은 절망에 놓이게 되는데….

세 배우 모두 뿜어내는 열기가 만만치 않다. 1시간30분이라는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갈 정도다.

특히 쏠랑쥬 역을 맡은 황혜림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는 추악하고 굴종적하면서 나약한 쏠랑쥬의 캐릭터를 ‘정말 추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실적으로 표현해낸다.

머리카락을 위로 치켜든 채 섬뜩하게 만들어내는 표정, 바보처럼 입을 실룩거리며 손을 벌벌 떨 때는 정말이지 여자로서의 자존심 따위는 오래전에 버린 듯한, 진정한 배우의 연기를 보여준다.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이자 마담 역을 맡은 김소희의 연기도 정확하다. 하녀들의 연기에서 약간의 ‘감정 과잉’이 느껴진다면, 김소희의 연기는 모자람도 더함도 없다.

작품의 원작을 쓴 장 쥬네는 그 자체가 추악한 현실과 껴안고 뒹굴었던 인물이다. 도둑질과 남색을 마다 않았고 감옥에서 ‘하녀들’을 썼다.

때문에 작품에는 그의 우울함, 어두움, 소외감, 반항 의식, 하지만 나약함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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