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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토막살인 사건] 무관심과 낙후 시스템이 주범..“착한 사마리아인법 검토 필요”

[수원 토막살인 사건] 무관심과 낙후 시스템이 주범..“착한 사마리아인법 검토 필요”

기사승인 2012. 04. 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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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의 방관자 효과부터 경찰의 실적위주 업무평가 시스템까지
홍경환 기자]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이 일어난 원인은 △신고의식이 결여된 시민의식 △개인정보 과잉 보호 △낙후된 경찰 시스템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 A(28)씨가 납치되는 과정에서부터 112신고 과정까지 아까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들은 시민들이 신고만 했더라도, 112에 신고가 들어온 즉시 위치추적만 할 수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참혹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A씨 납치될 당시 목격자 있었다…왜 신고하지 않았을까?

지난 1일 밤 10시30분. A씨가 중국 동포 오원춘(42)에게 납치되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경찰 수사와 여러 언론의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시간이 새벽 1~2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적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A씨가 납치됐다는 사실을 신고한 주민은 없었다. 

A씨가 범인 이모씨 집에서 내지른 비명을 들은 주민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민들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식했거나 부부싸움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전문가들은 국내에 제노비스 법이 도입됐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제노비스 법은 제3자라 할지라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주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 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이다. 

국내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으로 알려져 있다. 제노비스 법은 1964년 미국에서 제노비스라는 여인이 길에서 살해를 당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38명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져들면서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은 미국 대부분의 주와 유럽 주요국가들이 모두 도입하고 있다. 

◇112신고 당시 핸드폰 위치 추적만 했더라도…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A씨가 112에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 위치 추적이 즉각 이뤄지지 않은 점도 제도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12 신고당시 위치추적만 즉각 실시됐다면 경찰이 2-3분 내에 출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고 당시 112센터 근무자는 A씨의 핸드폰 위치 추적을 즉각 실시할 수 없었다.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하려면 A씨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목숨보다 개인정보가 더 중요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제2의 A씨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개정안’이 3년 전 국회에 상정됐지만 사실상 폐기된 상태나 다름없다. 4.11 총선과 함께 18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 개정안은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개회된 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개정안’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국회가 최대한 서두른다고 해도 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족히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12센터는 기피 부서 중 하나

112센터가 일선 경찰관들로부터 기피부서로 꼽히고 있는 것도 제도적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2센터에 근무하면 범인 검거 등 눈에 보이는 실적을 올릴 수 없고, 이는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들의 무관심 속에 112센터 교육시스템도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2센터 근무요령 등을 교육받지 않아도 배치받아 근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112센터에 배치되는 경찰관은 2주 교육과정만 마치면 되는데, 이마저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 운영 체계상 발령이 나면 바로 근무에 바로 투입되고, 팀원들과 휴가 등의 일정을 조정한 뒤에야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단 현장에 투입하고 교육시간이 빌 때 중간에 교육 받는 구조”라며 “효율적인 지령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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