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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머, 젊게 더 젊게] 은행지점장 출신, 영화관 알바한다고?

[부머, 젊게 더 젊게] 은행지점장 출신, 영화관 알바한다고?

기사승인 2013. 04. 0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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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100세]
27일 CGV 대학로에서 '도움지기' 조운제(64)씨가 고객의 티켓예매를 돕고 있다 .      / 사진=김현아 


아시아투데이 100세 기획팀=“반응은 딱 두 가지로 갈렸어요. ‘지점장까지 하던 놈이 불쌍하다, 안됐다’ 그리고 ‘참 잘한 선택이다’라고요.”

4일 조운제씨(64)를 젊은이들의 거리인 대학로 CGV에서 만났다. 조씨는 지난해 10월 23일부터 5개월째 CGV 대학로에서 ‘도움지기’로 일하고 있다.

60세 이상의 CGV 매장관리 아르바이트 직원을 뜻하는 ‘도움지기’는 관람객의 상영관 입장·퇴장을 안내하고, 상영관 및 화장실 위생관리를 한다. 로비에 비치된 선제물(포스터) 관리는 물론 카운터가 바쁠 때는 티켓 판매를 돕기도 한다. 일반적인 영화관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일은 모두 하는 셈.

국민은행 의정부지점에서 4년간 지점장을 하다 은퇴한 그는 3년간 여행을 다니며 여가를 즐겼다. 그러나 긴 휴식이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활력이 못내 그리웠다. 모아놓은 돈만 축내는 생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씨는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주최한 시니어일자리취업박람회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CJ CGV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니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 60세 이상의 구직자를 채용하고 있었다. 조씨는 합격자 23인 안에 들었고, 3일간의 아카데미 교육 수료 후 ‘도움지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대기업 은행의 지점장까지 지낸 그가 영화관 아르바이트생이 되는 것이 쉬운 일이었을까. 용기있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일부 모임에선 ‘살만한데 왜 하냐, 살 빠졌다, 불쌍하다’라는 말도 듣곤 했다. 조씨는 “나 스스로가 떳떳하고 행복하니 남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한 후 조씨는 두번째 직장생활의 재미에 푹 빠졌다. 매일 남아돌던 시간보다 지금 쪼개쓰는 시간이 더 꿀맛이다.

“퇴근할 때 치킨생각이 나요. ‘집에 가 TV, 책도 봐야지, 휴일엔 모임에 나가고 헬스 가야지’ 이런 생각하는데 매우 재밌어요. 퇴근길의 서늘한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20대 미소지기(아르바이트생)들과 어울리는 그의 얼굴에는 활기가 돌았다. “완전히 친구가 됐어요. 요새는 아이들이 군대 간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전 그럴 땐 관계가 얼마나 진전된 상태인가가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하하.”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데는 ‘먼저 웃기’가 열쇠였다고. “처음 조회 시간에는 슈퍼바이저(상급자)의 말에 아이들이 왜 웃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어요. 하지만 나중엔 그냥 같이 따라 웃었죠. 내가 먼저 다가가고 먼저 인사해요. 그러면 다들 웃음으로 화답하더군요.”

‘도움지기’는 시급제다. 조씨는 하루 4시간 일하며 월 50~6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일한 기간이 길어지면 시급은 조금씩 올라간다. 조씨는 “이 정도면 용돈으로 많은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CGV 홍보팀 김대희 과장은 “어르신들이 가진 장점이 업무에 어우러져 좋은 효과를 내는 예가 많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며 “현재 80명인 ‘도움지기’ 를 올해 안에 전국 지점으로 확대해 약 15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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