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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해-일본해’ 싸움뿐일까?

[사설] ‘동해-일본해’ 싸움뿐일까?

기사승인 2014. 02. 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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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의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주 하원 전체회의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동해병기법안'이다. 뉴욕과 뉴저지주 등에서도 같은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일본의 집요한 로비를 뿌리칠 정도로 강해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교전의 승리라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기껏 '동해'였다. 영어로는 'East Sea'였다. '대한민국의 바다'라는 말은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학생들이 앞으로 교과서에서 배우게 되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바다'가 아닌 '동쪽 바다'일 뿐이다.

일본이 자기들의 바다라며 '일본해(Sea of Japan)'라고 우기면 우리는 '한국해(Sea of Korea)'라고 당당하게 맞설 법도 했다. 북한에서는 동해를 '조선 동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안으로도 고쳐야 바람직할 것은 적지 않다. 정부는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하겠다고 했다. 남북을 종단하는 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의 연결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다.

그 철도가 실현되면 아마도 '경부고속철도'와 연결될 것이다. 하지만 경부고속철도 역시 버려야 좋을 이름이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철도는 당연히 '서부'고속철도가 되어야 할 텐데, '경부'이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때의 서울 이름인 '경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성이라는 지명이 사라진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경부'다.

서울을 의미하기 때문에 '서울 경(京)'을 써서 '경부'고속철도라고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성제국대학'의 이름은 일제가 물러가자 '경성대학'으로 '제국'을 뺐다가 곧 '서울대학'으로 바꾼 바 있다. 그런데도 철도는 아직도 '경성'을 지워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설 연휴 때 새마을호 열차가 탈선한 곳도 '경부선'이었다. '경성역'이란 이름을 '서울역'으로 고친 게 벌써 오래 전인데도 경부선이었다.

고속도로도 다르지 않다. 고속버스와 화물트럭은 오늘도 '경부'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동해-일본해', '독도-다케시마' 싸움이 전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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