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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구속영장 둘러싼 법원·검찰 갈등 해법을 찾자

[기자의눈] 구속영장 둘러싼 법원·검찰 갈등 해법을 찾자

기사승인 2017. 09. 1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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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
최석진 법조팀장
검찰이 10명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9명 발부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가 모든 형사사건으로 확대되고 법원이 ‘불구속 수사 원칙’에 입각해 지속적으로 영장심사를 강화하면서 영장기각률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선 ‘수사 못 해먹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특히 ‘비자금 수사는 신병확보가 관건인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는 바람에 더 이상 수사가 진전될 수 없었다’는 얘기는 수사 부진의 탓을 돌리는 검찰의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 공식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법원이 주요사건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물론, 통신내역이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 자꾸 기각해 도저히 수사를 못하겠다는 취지였다.

검찰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식의 문제 제기가 몹시 부적절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2월 인사를 통해 교체된 영장전담 판사들을 이전 판사들과 비교하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식의 표현까지 쓴 건 사법부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모욕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6년 전 법원과 검찰 사이에 구속영장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당시 여러 검사들과 판사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며 양측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검사와, 심사하는 판사 사이에 가장 큰 사고의 차이는 ‘수사의 필요성’ 혹은 ‘수사의 효율성’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지다.

즉 검사는 어떤 중요 사건을 수사하는데 있어 다른 윗선에 대한 진술을 받아낼 수 있는 피의자가 있다면 당연히 신병을 확보해야 원활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판사는 ‘구속은 수사 편의를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우리 헌법상 모든 피의자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추정을 받고, 또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만큼,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같은 명확한 구속사유가 없어 수사·재판 진행에 차질이 없다면 아무리 수사에 필요한 피의자라도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범죄의 중대성’이 구속의 필요성을 높여주는 지다. 검찰의 논리는 죄가 중하면 그만큼 형사처벌도 무겁게 받아야 될 사람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나 증거를 없애고 싶은 마음도 더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것.

하지만 이 점 역시 판사들의 영장 판단 기준과는 괴리가 있다. 2007년 ‘불구속 수사 원칙’이 형사소송법에 명문으로 들어갈 때 구속사유를 심사하며 고려할 사유로 ‘범죄의 중대성’이 포함됐지만 여전히 구속사유는 주거부정·도주우려·증거인멸 우려 3가지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무리 중죄를 저지른 피의자라도 도망갈 우려가 없고 인멸할 증거가 없으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차후에 실형이 선고될 때 법정구속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 절차의 목적이나 ‘피의자의 인권 보호’라는 이념 두 가지는 모두 중요하다. 검찰은 전자를 법원은 후자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두 기관이 함께 힘과 뜻을 모아서 이뤄나가야 할 가치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구속=나쁜 놈’, ‘불구속=그래도 괜찮은 놈’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이렇게 구속을 마치 ‘사전처벌’처럼 여기는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도 바뀔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영장에 관한 법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지탱될 수 있다.

다만 어떤 죄를 저질렀을 때, 또 어떤 사정이 있을 때 구속될지를 일반 국민들이 예측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해 보인다.

판사들만 아는, 판사 개인의 주관에 따라 얼마든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기준이 아닌, 검찰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구속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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