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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전직 대통령의 품격

[기자의눈] 전직 대통령의 품격

기사승인 2024. 04. 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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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사진
박지은 정치부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양산시 후보들을 격려했고 3일에도 부산 금정을 찾아 박인영 민주당 후보 선거운동을 응원했다. 그는 현 정부를 겨냥해 "정말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정신 차리도록 해줘야 할 것 같다"고 다소 거친 발언까지 쏟아냈다.

전직 대통령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총선판에 등장한 예가 있었나? 20살 이후부터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처음이다. 퇴임한지 2년도 안 된 대통령이 파란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도는 것조차 너무나 어색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후보들이 사저에 찾아오면 덕담을 건네고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정도로 선거판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던가? 더욱이 문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국민 기억이 정확하다면 문 전 대통령은 총선판에서 최대한 몸을 숨겼어야 한다. 이렇게 나타나 '숨은 카드'인척, '한때의 히어로'인 척 할 자격이 있을까?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부채 급등, 원전 생태계 파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어설프게 추진하다 다수의 태양광 업자들만 양산한 일, 부동산 정책 실패를 또렷하게 기억한 국민들이 수두룩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까진 좋았지만, 그 후에 북한이 우리가 수백억원 들여 지었던 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기까지 했다. 그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어떻게 총선판에 모습을 나타내는가?

문 전 대통령이 부산, 울산, 양산 등 '부울경'(PK)을 누빌 때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 경북 지역 일부 후보의 유세를 도울까 고민했다가 취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치는 역시 타고 나는 것인가?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는 아닌지, 괜히 '선거의 여왕'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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