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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불안한 외교부 ‘말년 병장’

[기자의눈]불안한 외교부 ‘말년 병장’

기사승인 2017. 09.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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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고운 정치부 기자
‘병장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을 종종 쓴다. 마지막 순간까지 불미스러운 일은 피해가라는 의미다. 그런데 외교부의 한 ‘말년 병장’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최근 외교부 한 고위 간부가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여성은 열등하다”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해당 간부는 “편하게 한 말이고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외교부가 해외 공관 등지에서 각종 성추행 파문이 불거져 홍역을 치루고 있는 가운데 본부 간부가 이런 표현을 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경위와 구체 발언 내용을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며 사태의 엄중함을 드러냈다.

물론 이번 사건을 외교부 고위 관료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부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외교부의 말년 병장’이 너무 많다는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외교부 개혁을 기치로 내건 새 장관이 취임했지만 구조적으로 혁신정책을 뒷받침할 고위 간부급 인사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핵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외교안보 상황이 엄중한 시기지만 ‘곧 떠날 보직’에 계속 머물고 있는 ‘말년 병장’ 간부들의 업무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들과 송별의 정을 이미 몇 주 전에 나누고도 아직까지 자신이 근무할 곳을 알 지 못하는 간부들도 한 두명이 아니다. 일에만 몰두해도 모자랄 실정인데 ‘말년 병장’들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하며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태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신적인 외교부를 만들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한편으로는 이들 ‘말년 병장’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대, 외무고시, 북미국 이른바 기존의 외교부 주류 라인이 ‘적폐’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여기다 전 정권 라인으로 분류되는 간부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외교부는 18일에야 실장급 인사부터 먼저 발표했다. 실장급 인사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유엔 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다음 주 이후부터는 국장급 등 후속 인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말년 병장’들은 사회인이 되는 순간 새로운 마음으로 당분간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 자신이 새롭게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외교부에서도 빠른 시일 안에 ‘말년 병장’들이 새 보직을 받고 새 각오로 일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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