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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업무 폭증’ 우려…“인력증원 문제 선결돼야”

경찰,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업무 폭증’ 우려…“인력증원 문제 선결돼야”

기사승인 2019. 07. 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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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국 시행 목표...업무 따라 국가직·지방직 나뉘어
파출소 경찰관 1명이 주민 6000~7000명의 생활안전 업무 맡아
경찰청 "업무량 증가 등 불안감 알고 있어…극복하려고 노력 중"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 당정청협의
지난 2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영표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 당정청 협의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자치경찰제 도입을 앞두고 경찰서는 물론 지구대·파출소 등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급증할 치안 수요 등 근무환경 변화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업무 개선 등을 통해 경찰관 개인 업무량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업무 조정으로 업무량이 다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는 오는 2022년 전국 시행을 목표로 경찰을 업무에 따라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누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지방직 경찰은 △생활안전 관련 업무 △여성·청소년 관련 지역경찰 업무 △가정폭력·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업무 △교통·경비 등 주민 밀착형 업무에 집중하게 되며, 국가직 경찰은 △광역범죄 △일반형사 업무 등을 맡게 된다.

경찰은 그동안 관할을 나눈다거나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경찰관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1인 당 담당인구’는 지난해 437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501명을 기록한 뒤 이듬해 400명대로 떨어진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순히 국내 총인구를 경찰 정원으로 나눈 숫자에 불과하며, 지역 간 업무량 차이와 실제 근무자 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대근무 등을 고려해 실제 근무자 수로 계산한다면 경찰관 1명이 담당하는 인구 수는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경찰서의 경우 한 파출소 관내에 5만명 규모의 시민이 살고 있지만 치안을 담당하는 파출소 근무 경찰관은 7~8명에 불과하다. 경찰관 1명이 6000~7000명의 생활안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현재도 폭주하는 대민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게 되면 별도의 인력 충원이 없을 경우 원활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A경위는 “현재 일선 경찰관들은 생활안전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더 적은 인원으로 같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경찰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업무량이 늘어나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력의 유동적인 운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현장 경찰관들이 느끼는 업무량 증가, 처우 등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을 잘 알고 있다”며 “수행 사무와 업무 수행 방법의 조정 등을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경찰제는 분명 장점도 있다”며 “현재 일선에서 겪고 있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들은 인력 증원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진 일선 경찰관들이 자치경찰제 도입을 지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보다 가시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자치경찰제 도입에 앞서 인력 증원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필수기능을 담당하는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경찰 인력의 증원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 같은 선결 조건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찰의 업무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볼 때 변하는 법과 제도에 따라 인력 배치를 예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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