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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덩칫값 못하는’ 김상태호 신한투자…진옥동 회장, 하반기 인사 ‘고심’

[마켓파워] ‘덩칫값 못하는’ 김상태호 신한투자…진옥동 회장, 하반기 인사 ‘고심’

기사승인 2023. 07.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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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컷
'IB통'인 김상태 대표 체제의 신한투자증권이 '덩칫값'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기자본 5조원대로 '초대형 IB' 면모를 갖췄지만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 들어 신한투자증의 IB 성적은 우울하다. 1분기 기준 GIB(글로벌투자금융) 그룹 순이익은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상반기 IPO(기업공개) 인수 실적도 작년 대비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반면 금융지주계 라이벌인 KB증권은 IB 리그 톱티어 반열에 올랐다.

김 대표의 임기는 반년 남짓 남았다. 주 전공의 실적이 부진한 만큼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작년 초 순혈주의를 깨고 미래에셋증권 IB총괄 사장을 지낸 그를 파격 기용했다.

올 초 취임한 진옥동 회장으로선 하반기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때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고민'이 클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뼛속까지 신한맨'인 진 회장의 목표가 '일류 신한'이며, 출항과 함께 카드·보험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을 '내부 인사'로 전격 교체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작년 3월 GIB 총괄 각자 대표로 취임한 데 이어 올 1월부터 단독 대표로 신한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의 연임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저조한 실적을 하반기에 반등 시킬지 여부와 김 대표 자신을 간택한 조용병 전 회장 부재 속 후임인 진옥동 회장의 신임 향방이다.

가장 최근 성적은 흑자 전환에도 속을 들여다 보면 웃을 수 없다. 본업인 IB와 WM 수익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19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시장 금리 하락으로 채권 등 자기매매수익이 119% 급증한 덕분이다. 반면 WM과 GIB 순이익은 각각 39억원, 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8%, 50% 급감했다.

특히 IB 실적 부진은 김 대표의 경영 능력 평가 시 마이너스 요인이다. 1분기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1% 감소했고, IPO 주관 실적(공모총액)은 5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91.7%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기준 IPO 주관 순위는 작년 3위에서 올해 8위로 떨어졌다.

앞서 신한금융은 자회사인 신한투자증권의 IB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 대표를 GIB 총괄 각자 대표로 영입했다. 외부 인사를 IB 부문 헤드로 기용한 전례가 없었기에 파격 인사였다. 리딩 금융의 명성을 사수하기 위한 계책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원대로 초대형 IB(4조원) 대열에 합류했지만 IB 성적은 톱티어 반열에 오른 적이 없다. 금융지주계 경쟁사인 KB증권은 올 상반기 ECM(주식자본시장)에서 1위를 수성했다.

김 대표는 투자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했고 기업금융과 주식인수부장 등의 커리어를 쌓았다. 이어 2006년 메리츠증권 IB사업본부장, 2010년 유진투자증권 기업금융파트장 등을 거친 뒤 2014년 KDB대우증권 IB사업부문 대표, 2016년 미래에셋대우 출범 후 IB 총괄사장 등을 역임했다.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분기 말 신한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부실채권) 비율은 3.59%로 전년 동기 2.33% 대비 1.26%포인트 증가했다. 고정이하자산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금액으로 보면 신한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은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60.3% 증가한 5859억원이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고, 2위인 메리츠증권과도 17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외형과 내실 모두 다잡지 못한 상황에서 김 대표의 명운을 좌우할 인사권자도 바뀌었다. 조용병 전 회장이 그를 기용했지만 연임 여부를 결정할 사람은 올 3월 공식 취임한 진옥동 회장이다. 조 전 회장은 내부 인사를 사장으로 승진시킨 금융권의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했다.

이와 달리 진 회장은 새 닻을 올리며 임기 만료 예정이던 카드·보험 등 주요 계열사의 CEO를 내부 인사로 교체했다. 신임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카드 경영기획그룹장을 역임했고, 신한카드가 LG카드를 인수합병한 이후 최초의 내부출신 CEO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퇴직연금사업부문장 겸 신한라이프 부사장을 지냈다.

진 회장의 그간 행보와 비전을 고려할 때 자칫 김 대표의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진 회장은 '신한정신'을 신한은행 설립 초창기에 만들고 전파한 '뼛속까지 신한맨'으로 통한다. 신한금융의 설립 주주이자 실질 최대주주인 재일교포들과 친분이 두터운 '일본통'이기도 하다. 진 회장은 지난 6일 신한투자증권에서 진행한 '신한컬쳐위크 CEO 강연'에서 '일류 신한'과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이 때문에 '투자금융'보다 '은행 DNA'가 더 강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상태 사장이 IB쪽을 잘해오신 것은 맞지만, 실무 팀이 꾸려져야 하는데 '아직 선수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면서 "IB부문 강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상태 사장 취임은 신한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견제가 있고, 진 회장 체제로 바뀌고 나서 실적을 못 내면 연임이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있긴 하다"고 언급했다.

신한금융 측은 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전략적 영입 인사'란 점을 강조했다. 신한금융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경우 신한투자증권의 IB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인사로, 계속 더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인사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현재로선 연임과 교체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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