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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세계 소비 시장의 ‘큰 손’…식품·외식·여행업 판도 바꾼다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세계 소비 시장의 ‘큰 손’…식품·외식·여행업 판도 바꾼다

기사승인 2016. 11. 1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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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에 태어나 현재 16~35세에 해당하는 세대)는 서구의 밀레니얼 세대보다 더 외출과 외식을 즐기고 있으며 앞으로 해외 여행 빈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대국 중국·인도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평균 임금 상승과 더불어 구매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소비를 하고 있을까.

△전세계 소비 주도하는 아시아 밀레니얼
중국과 인도의 밀레니얼 세대는 향후 세계 소비시장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지난 9월 8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약 4억 1500만 명으로 미국·서유럽의 노동인구를 합친 숫자보다 많다. 인구 규모 외에도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은 10년 후 현재보다도 ‘큰 손’이 될 예정이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연평균 소득은 2014년 5900달러(약 672만원)에서 2024년 1만3000달러(1481만원)로 100% 이상 늘어나 2024년 이들의 소득 총액은 5조 4000억 달러(약 6150조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해당한다.

인도는 밀레니얼 세대가 전체인구의 35%인 약 4억 4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다. 골드만삭스는 인도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이 인도 내에서의 소비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도를 가장 주목해야 할 소비시장 중 하나로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올해 중국과 함께 임금인상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나라다. (중국 실질임금상승률 6.3%, 인도 4.7% 전망·컨설팅 업체 콘페리헤이 발표) 전세계에서 평균 실질임금 인상률이 가장 높은 지역도 아시아(4.2%, 세계평균은 2.5%)로 점쳐졌다.

△집·차 사지 않고 소비하는 밀레니얼
목돈이 없어 부모님 집에 사는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방식은 소매·레저업계에는 희소식이다.

글로벌 부동산 자문서비스업체 CBRE가 아시아·태평양지역 5개국(중국·홍콩·인도·일본·호주) 22~29세의 젊은이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가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대답했지만 실제로는 63%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젊은이의 임금 상승률이 높다고 해도 이보다 훨씬 빠르게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중국 밀레니얼이 베이징에서 집을 사려면 평균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25년이 걸린다.

이같은 현실에 부딪힌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택하고 대신 외식과 쇼핑 등 여가활동에 수입을 좀 더 쓰고 있는 것이다. 아태지역 밀레니얼 세대는 수입의 30%를 쇼핑과 외식·레저 등에 소비하고 20%는 저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세계 평균(49%)보다 높다. 이는 독립 문화가 존재하는 북미·유럽 지역의 밀레니얼 세대보다 구매력이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CBRE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밀레니얼 세대는 유럽 지역의 밀레니얼 세대보다 외식·영화·레저 등을 위해 외출하는 일수가 2배에 달했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한 달에 평균 10일을 외출해 여가활동을 즐기는 반면 유럽의 밀레니얼 세대는 평균 5일, 북미 지역 밀레니얼 세대는 7.4일 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 상륙한 패스트 캐주얼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보다 10% 가량 더 외식에 소비한다. 일주일에 1번 이상 외식을 할 확률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2배다.

이들은 ‘건강’과 ‘질 좋은 식재료’를 중시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가격에 민감하기도 하다. 고급 외식은 부담스럽고 패스트푸드점 음식의 질이나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의 효율과 캐주얼 다이닝의 질을 결합한 ‘패스트 캐주얼(Fast Casual)’은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심리를 만족시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외식사업은 저가에서 고급 순으로 패스트푸드, 패스트 캐주얼, 캐주얼 다이닝, 파인 다이닝으로 분류된다.
패스트 캐주얼은 패스트푸드보다는 질좋은 음식을, 패밀리 레스토랑보다는 낮은 가격을 제공한다. 패스트푸드점보다 여유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지만 셀프 서비스인 곳이 대부분이다.
치포틀레(Chipotle)와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가 대표적인 브랜드. 캐주얼 다이닝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대표되는 편안한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파인 다이닝은 드레스 코드 등 격식을 갖춘 고급 레스토랑을 뜻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의 조사결과, 지난해 맥도날드 등의 패스트푸드업계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반면 패스트 캐주얼 시장은 9%가량 성장했다.

아시아에도 이미 패스트 캐주얼 열풍이 불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가처분 소득의 증가, 외식문화 발달 등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패스트 캐주얼이 성장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다.

중국은 달라지고 있는 입맛 변화를 가장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기농과 홈메이드 스타일을 내세운 레스토랑체인 그랜마 홈(Grandma’s Home)과 산시성 요리 체인 시베이 유미안 쿤(Xibei Youmian Cun)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반면 과거 고공성장했던 맥도날드와 KFC 등의 패스트푸드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FC와 피자헛을 소유한 얌 브랜드와 맥도날드 모두 중국 사업을 매각했거나 매각 추진중이다.

인도에서도 최근 ‘고급(highend)’ ‘수제’ 를 강조하는 패스트 캐주얼 햄버거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인도 경제지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고급 버거체인점 ‘무야(MOOYAH) 버거스, 프라이스&쉐이크스’가 인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무야의 모회사 메나펙스 측은 “인도의 젊은이들이 점점 더 외출을 많이 하고 해외브랜드에서의 외식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인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현지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프리미엄 버거식당 조니 로켓도 매장을 늘릴 예정이다.

한국 외식업에서도 패스트 캐주얼 트렌드를 찾을 수 있는데 좋은 식재료를 강조한 프리미엄 김밥 식당이나 고급 수제버거집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구권처럼 ‘홈메이드’와 같은 ‘집밥 스타일’을 내세우기도 한다. 패스트 캐주얼에 해당하는 미국 버거체인점 쉑쉑버거도 올해 한국에 진출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지역 패스트 캐주얼 업계의 선두주자다. 싱가포르 기반 제스트그룹은 패스트 캐주얼 개념을 빠르게 도입해 이미 아시아 5개국에서 고급 베이커리 ‘아티산 불랑제리’, 수제 디저트 가게 ‘트웰브 컵케익스’, 피자전문점 ‘알트 피자’ 등 3개 브랜드의 패스트 캐주얼 체인점 40곳을 운영중이다.

△밀레니얼의 입맛…질은 좀 더 높게, 가격은 좀 더 낮게
질과 가성비(가격대비성능) 모두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은 전체적인 식품산업의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식품업계 소비자 분석가 브리타니 바이스는 “식품업체들은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건강’과 ‘좋은 식재료’라는 이미지에 부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칼로리 이미지로 밀레니얼 세대의 외면을 받던 냉동식품업계가 변신에 나섰다. 네슬레와 빅푸드는 정크푸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냉동과정의 영양소 손실을 줄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식품대기업 그린 자이언트는 대표적 냉동식품상표인 냉동야채 매출이 지난 몇년간 급감하자 ‘타이 코코넛’ ‘브뤼셀 스프라우츠&베이컨’ 등 고급 외식 메뉴를 떠올리게 하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던 제과업체 몬델리즈는 밀레니얼의 식성을 공략해 성공했다. 대표 상품 오레오 과자에서 고칼로리 크림량을 줄여 내놓은 ’오레온 씬‘으로 6000만 달러(68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저가형 체인점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아시안 닛케이 리뷰에 따르면 최근 일본 대형 이자카야 체인들이 메뉴를 저가 안주들로 바꾸고 있다.

일본 유명 이자카야 체인인 츠카다 노조를 산하에 둔 AP컴패니는 최근 새로운 저가 야키토리(꼬치) 체인점을 선보였다. 이곳의 손님 한 명당 목표 수익은 2300엔(약 2만 5500원)으로 츠카다 노조보다 1000엔이나 적다. 대신 적은 메뉴 구성과 조리가 간단한 메뉴로 효율적인 운영을 할 예정이다.

다양한 외식사업체를 소유한 프랜차이즈그룹 ‘와타미’는 지난 10월까지 기존의 이자카야 체인점 76곳을 저가 모델로 리모델링했다. 고급 이자카야 업체들은 고전을 거듭하는 데 비해 모든 메뉴가 280엔인 야키토리 체인 도리키조쿠는 동일매장 매출이 올해 상반기에 전년대비 7.6%늘어났다.

△아시아 밀레니얼은 여행산업의 성장력
아시아 밀레니얼은 향후 여행업계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행전문잡지 TR비즈니스는 여행소매업분석업체 카운터인텔리전스리테일(CiR)의 최근 조사를 인용해 ‘밀레니얼’과 ‘아시아’가 여행업계의 주요 키워드라고 전했다.

국제 여행객의 22%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글로벌 여행산업에서 연간 2000억 달러(228조 5000억 원)의 규모를 차지한다.

24개국 약 85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연간 평균 4.2회의 여행을 다녀 31~45세 그룹(연간 2.7회)과 46~65세 그룹(3.2회)을 모두 1회 이상 앞질렀다.

전세계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아시아 밀레니얼의 성장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CiR에 따르면 국제 여행 증가가 예상되는 주요 시장은 인도·중국·말레이시아·태국·한국으로 2025년까지 중국 국적의 여행객만 7400만 명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지털마케팅자문회사 브랜드카르마는 아시아 밀레니얼이 2020년까지 해외 여행에 3400억 달러(약 387조원)를 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지난해 중국인 해외 여행객이 전세계에서 쓴 돈은 1045억달러(약 125조원)로 세계 최대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였다.

한편 아시아 밀레니얼 여행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편안한 일정의 투어보다 새로운 활동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조언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자일리티 리서치’가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중국·인도·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의 밀레니얼 젊은이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7%가 여행지에서 새로운 야외활동이나 경험을 원한다고 답했다. 61%가 맞춤화된 경험을 중시하는 관광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패키지의 그룹여행을 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3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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