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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혼자 문화 원조’ 일본의 ‘나홀로’ 문화는 어디까지 갔나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혼자 문화 원조’ 일본의 ‘나홀로’ 문화는 어디까지 갔나

기사승인 2016. 11. 1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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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플리커(@PortoBay Hotels & Resorts)
‘오히토리사마(おひとりさま·나홀로족)’ ‘초식계(草食系·연애도 결혼에 소극적인) 남성’…‘솔로충(ソロ充·솔로 생활에 충실한 사람)’?

나홀로 문화가 한국보다 먼저 발생한 일본에서는 이같은 유행어가 한국의 ‘혼밥’ ‘혼술’ 문화 이전부터 인기를 끌어 나홀로족들을 위한 시장인 ‘오히토리사마 마켓’도 한국보다 거대하다.

나홀로 문화가 한발 더 앞서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제 커플들까지 나홀로 문화를 즐기고 있다. 결혼을 했거나 연애중인 부부·커플들도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오히토리사마 문화를 즐기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1일 전했다.

연인이나 배우자의 여부에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시간에 충실한 사람은 이른바 ‘솔로충’이라고 불리면서 나홀로족들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예를 들어 퇴근이 늦는 배우자를 기다리지 않고 홀로 레스토랑에서 느긋한 저녁을 즐기거나, 무리하게 연인과 시간을 맞추지 않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식이다.

이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해도 나홀로 문화 소비층이 감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에 주목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증가가 솔로충의 배경이다.

이는 일본의 나홀로 붐을 3차까지 발전하게 만들었다. ‘초식계’ ‘오히토리사마’라는 단어를 일본에서 유행시킨 트렌드·마케팅 평론가 우시쿠보 메구미(牛窪惠)는 2012년부터는 ‘제3차’ 오히토리사마 붐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3차붐은 1·2차 붐과는 다르게 카페·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디즈니랜드 등 엔터테이먼트까지 나홀로 즐기는 분야가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3차 붐의 키는 스마트폰·소셜미디어(SNS)의 인기에 있다. 혼자서 있는 시간에도 SNS를 통해 타인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나홀로=외롭다’는 인식을 없애면서 ‘나홀로 디즈니랜드’ ‘나홀로 불꽃놀이’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3차 붐을 이끈 이들은 10대 후반~20대 후반의 젊은 여성층으로 이전 세대들보다는 나홀로 문화를 즐기는 시간은 짧아졌으나,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혼자서 노래방을 가거나 새로운 카페·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등 남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와 함께 홀로 즐기는 노래방과 홀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 생겼다.

3차 붐이 뜨거워도 1·2차 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홀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성들 가운데는 ‘새둥지에 틀어 박히 듯’ 호텔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시간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의 온라인판 닛케이 스타일은 지난 1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 호텔 지배인은 배스타올과 배스로브를 더 고급품으로 바꾸자 홀로 오는 여성 고객들이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자신에게 주는 고호비(ご褒美·칭찬으로 수여하는 상)’라는 개념은2004~2005년 발생한 제1차 오히토리사마 붐의 특징이다.

2004~2005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1986년 시행) 세대가 이끌었던 1차 붐은 자기자신에게 호화로운 ‘상’을 주고자하는 여성들이 호텔에서 홀로 저녁을 즐기거나, 마사지·피부관리 등을 받으면서 확산했다.

제2차 붐은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년 태어난 세대)가 2008년~2009년 나홀로 카페·타치노미(立ち飮み·의자 없이 서서 마시는 문화) 붐을 일으키며 이끌었다. 남는 시간을 혼자 편하게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홀로 오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카페나 술집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초식계’ 바람이 불면서 나홀로 문화가 정착했다. 이에 ‘초식계’ 남성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2007년부터는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해 패션·미용·요리·여행 분야의 상품을 기획해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초식계 남성’의 유행은 지나가고 활동적인 남성들이 늘었다면서 남성들의 구매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남자들’을 출판해 화제가 됐던 일본 광고회사인 하쿠호도(博報堂)의 수석 프로모션 디렉터 아라카와 가즈히사(荒川和久)는 최근 ‘솔로활동계남자’를 출판하면서 솔로 남성들의 구매력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미혼 남성’을 결혼하지 못한 불쌍한 남성으로 보는 시대는 끝이 났고, 20~50대 남성도 또래의 여성에 비해 많기 때문에 소비 시장도 더욱 크기 때문이라고 그는 마이니치 신문에 설명했다.

오히토리사마 문화가 정착하자 독신으로서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오히토리사마 노후 대비 10개 조건” “오히토리사마 노후 파산을 방지하는 8개 비법” 등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독신 여성들이 최근 주거를 목적이나 자산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맨션(우리나라의 아파트 개념)을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6일 소개했다. 1991년부터 독신 여성들을 대상으로 맨션 구입과 관련한 강좌를 주최하고 있는 일반사단법인 ‘여성을 위한 쾌적한 주거 만들기 연구회’의 회원은 매년 증가해 2016년 기준 약 8만 2000명이 됐다.

이 연구회의 회원들은 30~40대를 중심으로 70%가 독신 여성이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맨션 구입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생활주택인 ‘콜렉티브 하우스’가 독신 중년의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산케이 비즈니스는 최근 전하기도 했다. 이 콜렉티브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게스트하우스와 차이점은 식당·거실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청소도 분담해서 담당하지만, 욕실·부억은 홀로 사용한다는 점에 있다.

사생활은 보장받고 싶으나 나이가 들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독신 중년들이 새로운 주거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주간지 죠세지신(女姓自身)은 최근 독신 고령자가 돈만 지불한다면 평생 보증인이 되어주고, 안부 확인까지 해주는 공익 재단 법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라이프협회’는 독신 고령자가 160만엔(약 1800만원)을 지불하면 평생 신원 보증과 장례 및 사후 절차까지 처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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