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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아시아, 남성 메이크업 붐…“여성 전유물 아냐”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아시아, 남성 메이크업 붐…“여성 전유물 아냐”

기사승인 2017. 02. 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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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tige Cosmetics
사진출처=/wikimedia commons
“남자들은 이렇게 해야 하고 여자들은 저렇게 해야 하고…나는 그런 건 재미없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모델 겸 팝 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토만 사사키(23)는 오늘도 거울 앞에서 세심한 손길로 얼굴에 파운데이션과 립컬러를 바른다. 메이크업. 더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실 고대 사회에서부터 남성들의 메이크업은 존재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당시 남성과 여성 모두 눈가에 ‘콜(Kohl·화장용으로 눈가에 바르는 검은 가루)’을 발라 사악한 기운을 물리쳤다. 고대 로마에서는 얼굴에 분을 발라 얼굴을 밝고 창백하게 만들었다. 땡볕에서 일하지 않는 부유한 삶을 표현한 것이다.

오늘날에는 조금 다른 이유로 남성들이 메이크업을 한다. 메이크업을 하는 밀레니얼 남성들을 연구해온 바바라 리스먼 시카고 일리노이대학 사회학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전통적인 성별 관념 및 그에 따른 요구사항들을 재정의하고 종종 거부하기도 한다”며 “성별에 따른 제약을 거부하는 일부 밀레니얼들에게 메이크업이란 성별을 가지고 놀면서 낡은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메이크업은 성적 취향에 관한 것이라기보단 성역할에 대한 거부 및 이의 제기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은 이러한 메이크업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시장이 됐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지역매체 콜롬비아크로니클은 8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연구를 인용, 한국에서 스킨케어·셰이빙·화장품 등 남성 그루밍 산업의 규모가 2015년 약 10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에 달했으며 향후 5년 동안 성장률이 5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성 뷰티·그루밍 전문 웹사이트인 ‘베리굿라이트(Very Good Light)’ 설립자인 데이비드 이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팝 스타들을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연예인들이 파운데이션·아이라이너·아이섀도 등 메이크업 제품들을 이용하면서, 미국에서도 남성들이 메이크업을 하는 것에 더욱 친숙해지고 편안해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K-팝 스타들이 아이라인을 그린다고 해서 그들의 남자다움이나 섹시함이 반감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메이크업은 성별이나 성적 취향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이든 스미스나 영 더그 같은 밀레니얼 연예인들은 스커트·드레스 등 패션을 통해 성역할을 시험하고 복장의 한계를 무너뜨림으로써 메이크업의 한계를 무너뜨리는 것도 문제가 없다는 방향으로 대화를 진전시켰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젠더리스 단시(일본어로 청년)’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젠더리스 단시의 한 사람인 토만 사사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어떤 스타일이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본심은 남자가 맞다”면서도 “성별이라는 관념은 필수적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캡처
사진=/토만 사사키 인스타그램 캡처(@_sweatm)
그는 메이크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결점을 감추고 싶어서 메이크업을 한다.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 없는 부분들이 많다”며 “그렇지만 메이크업을 하면 나란 사람이 달라지는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단발머리를 한 그는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매니큐어를 바르고 굽 높은 신발을 신기도 한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내게 동성애자냐고 자주 물어봤다”며 스스로 이성애자라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일본에서 일부 밀레니얼 남성들이 패션에 대한 성별 관념을 깨고 머리를 염색하며 컬러 렌즈를 착용하고 밝은 색상의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금발 곱슬머리에 헤어밴드를 한 류지 히가(일명 ‘류체루’)와 미니 스커트를 자주 입는 긴 머리의 젠키 다나카(일명 ‘젠킹’) 등은 소셜미디어 스타에서 TV 스타로 도약하기도 했다.

일본의 성별 관념에 대해 연구해온 제니퍼 로버트슨 미시간대학 인류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남성성과 여성성을 분홍색과 파랑색으로 규정해온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의 신체를 가진 사람이 무엇을 착용할 수 있는가의 범위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순응해야 하는 사회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시각도 있다. 준코 미쓰하시 메이지대학 젠더연구학 외래강사(61)는 “직장에 다니는 등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남성들을 여성들이 부러워하곤 했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할 줄 아는 여성들을 남성들이 부러워하고 있다”며 “남성들은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크업 브랜드들은 이러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 메이블린은 최초로 미국의 유명 남성 뷰티 유튜버인 매니 구티에레즈를 대표 모델로 발탁했다.

인도에서 유명 모델로 활동 중인 아지트 슈클라는 “카메라 앞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관리하고 남들 앞에서 단정하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 나는 친구들이나 가족을 만날 때도 메이크업을 한다”며 “컨실러와 기초화장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도 메이크업 아티스트 엠란은 “최근 메이크업을 위해 나를 찾아오는 남성들이 많아진 걸 느낀다”며 “결혼식에서도 신랑들이 신부들보다 멋지게 보이는데 신경을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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