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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추경은 어떨 때 편성하나요?

[톡톡! 시사상식] 추경은 어떨 때 편성하나요?

기사승인 2017. 07. 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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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김동연 부총리, 여야 4당과 추경 논의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여야 교섭단체 4당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들이 지난 6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한 연석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홍철호, 국민의당 황주홍 예결위 간사, 바른정당 이종구, 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 김 부총리,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김도읍,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예결위 간사.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이 7월 임시국회로 넘어왔습니다. 흔히 ‘추경은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본예산 외에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집행해야 하는 것인 만큼 빠른 추진이 관건이라는 의미입니다. 매번 추경이 편성될 때마다 정부·여당 측이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처럼 조속한 집행이 필요한 추경의 특성상 예산편성안이 제출된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13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 등을 거친 후 본회의에서 의결 처리됐어야 했지만, 이를 통과시키려는 정부·여당과 반대하는 야당 간 팽팽한 기싸움만 한 달간 이어졌을 뿐 합의 도출에는 결국 실패했습니다.

각 정당마다 다소간 입장 차는 있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이번 추경에 반대입장을 나타내는 공통된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번 추경이 법으로 규정돼 있는 편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보통 1년 단위로 (본)예산을 편성합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처음 계산된 대로 순조롭게만 흘러가는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치밀하고 촘촘하게 한 해 예산을 짰어도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추가적으로 돈쓸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때 본예산 외에 추가적으로 편성하는 예산이 바로 추경입니다.

추경 편성에 대한 근거법에는 우선 헌법을 들 수 있습니다. 헌법 제56조에는 ‘정부는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추경을 어떨 때 편성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명시돼 있는 근거법은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입니다.

국가재정법 제89조에 따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추경을 편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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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과거에도 태풍, 전염병(메르스), 국제유가 급등, 9.11테러 및 글로벌 금융위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자연재해나 대내외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마다 추경 카드를 꺼내든 바 있습니다. 물론 피해복구, 민생안정 등 이런저럭 이유도 있었지만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서 제시한 목적은 대부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경우였습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편성됐던 28조원 규모의 슈퍼추경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추경은 법으로 규정된 편성 취지와는 달리 너무 남발된 측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1998년 이후 올해까지 20년간 추경예산이 편성된 것은 모두 19차례입니다. 1998년과 1999년, 2001년, 2003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두 차례씩 편성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단순히 횟수로만 따져보면 거의 매년 추경이 편성된 것이지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주도로 국가재정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편성요건을 둔 것도 바로 추경 남발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에도 추경이 편성될 때마다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늘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지난달 22일 자유한국당에서는 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문재인정부 추경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광림 의원은 “추경은 일회성, 응급성 있는 사안이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편성하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같은 항구적인 사업은 본예산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의 추경 입장은 사뭇 달랐습니다. 조선·해운업 등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대량실업 발생 우려에 대비해 11조원 규모로 편성됐던 2016년 일자리 추경에 대해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던 김 의원은 “경제리스크에 대한 신속·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법적요건 충족에 대한)정쟁을 지양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편성 취지나 재원 구성 측면에서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올해 추경을 대하는 한국당의 입장이 1년 만에 180도 바뀐 것을 보면서, 시쳇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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