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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해봤어?” 아산, 현대건설에 개척정신 심다

“이봐 해봤어?” 아산, 현대건설에 개척정신 심다

기사승인 2015. 11. 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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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탄생 100주년 리더십 재조명
무한도전 DNA로 건설신화 일궈
‘엄동설한에도, 열사의 중동에서도 힘든 공사에 최선을 다했던 근로자들의 땀과 정성이 없었다면 현대건설의 눈부신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中)

현대건설은 1947년 정주영 회장(호 峨山·아산)이 설립한 ‘현대토건’을 모태로 하는 국내 최대 종합 건설회사다. 정주영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현대건설의 DNA에는 용기·열정·역발상 등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기업가 정신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이 식어가면서 “이봐, 해봤어?”로 요약되는 정주영 회장의 정신이 재조명 받고 있다. 현대건설의 기업사 속에 투영된 정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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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나와프 왕자와 주베일 산업항 공사 계약을 체결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제공=현대건설
◇용기
아산은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석유파동) 때 중동 진출을 결정했다. 중동은 문화·종교·인습·언어 등 모든 측면에서 당시 한국인에게 가장 생소한 지역이었다. 특히 다른 해외 시장은 설계나 시공 기술과 자본력이 우수한 미국과 유럽 건설업체들의 독무대다시피 했고 중도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어려움은 정주영의 도전 의욕을 북돋아 준 셈이다.

현대건설은 1976년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렸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9억3114만 달러에 수주했다. 당초 입찰자격 기회도 없었던 현대건설은 사우디 정부를 설득한 끝에 10번째 응찰자가 됐다. 일본 건설사조차 끼지 못할 정도였다. 공사 수주 이후에도 어려움을 계속된다. 현지 인프라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산은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모든 기자재를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해서 수송했다. 세계 최대 태풍권인 필리핀을 지나 동남아, 인도양을 거쳐서 걸프만까지 가야 했다. 12만t짜리 기자재를 무려 19차례나 뗏목과 같은 바지선으로 끌고 가 시공했다. 한국 건설업의 중동신화는 이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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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충남 서산 간척사업 현장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제공=현대건설
◇ 열정
충남 서산 간척사업은 일제강점기부터 계획했지만 넓은 간척 면적에다 유난히 간만의 차가 심해 번번이 포기해야 했다. 아산은 1982년 서산만 개발이라는 대공사를 앞두고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흡족해 하시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며 서산 공사현장에 각별한 열정을 쏟았다.

“이봐, 해 봤어? 해보지도 않고 고민하느라 시간과 돈 낭비하지 말고 한 번 해봐.”라는 말도 정 회장이 서산 간척지 건설현장에서 소극적인 자세의 직원들에게 던진 메세지다. 결국 84년 아산의 지휘 아래 철야로 진행된 작업에서 길이 332m의 폐유조선을 방조제 쪽으로 밀어 넣어 물막이 공사를 끝냈다. 여의도의 약 33배에 달하는 1억5537만㎡(4700만평)의 국토가 새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의 지도 모양도 바뀌었다. 당초 계획했던 공기 45개월을 36개월이나 줄여 9개월 만에 공사를 마쳤고, 290억원의 공사비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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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건설 공사 중 난공사로 악명이 높았던 당재터널(현 옥천터널) 공사현장 모습.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조강 시멘트를 투입한 끝에 터널을 뚫는 데 성공했다./제공=현대건설
◇ 역발상
1952년 한 겨울, 유엔군사절단의 방문을 앞두고 미군으로부터 부산 유엔군 묘지를 새파란 잔디로 덮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산은 “풀만 파랗게 나 있으면 되는가”라며 낙동강 강둑의 청보리를 옮겨 심어 약속을 지킨 뒤 봄에 다시 잔디를 입혔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대전-대구 구간. 옥천군과 영동군을 연결하는 당재터널(현 옥천터널) 공사는 절암토사로 된 퇴적층이 서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였고 사람까지 죽어 나갔다. 이를 지켜 본 아산은 빨리 굳는 조강시멘트로 퇴적층을 굳게 해 인명 피해를 막고 공기를 3분의 1이나 단축했다.

1984년 대형 폐유조선을 활용한 물막이 공사도 정주영 회장의 대표적인 역발상 경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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