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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문학을 구원? 호들갑은 그만”

“인터넷이 문학을 구원? 호들갑은 그만”

기사승인 2009. 03. 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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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대산문화' 등 기획특집
최근 1-2년간 한국 문단의 큰 화두 중 하나는 순수문학의 '인터넷 연재'였다.

박범신 소설 '촐라체'의 네이버 연재를 시작으로 활기를 띤 인터넷 연재는 침체된 한국문학에 부활의 불씨를 제공할 '사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과연 인터넷은 한국문학을 구원할 것인가.

계간 '대산문화'는 봄호(통권 31호)에서 '인터넷으로 소통되는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을 마련해 작가, 평론가, 독자로부터 순수문학의 인터넷 연재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현재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를 연재하고 있는 소설가 이기호 씨는 인터넷 연재를 이전 신문연재와 비교하며 "연재 분량이나 횟수도 비슷하고, 삽화도 대동소이하며 댓글 역시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늘 보던 것들이니, 과연 무엇이 다르고, 또 어떤 환경이 달라졌다는 말인지,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네티즌들은 전혀 새로운 별개의 종족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독자들일 뿐이다"라며 "그러니 우리가 새삼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지면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작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작가란, 어쩔 수 없이 작품 뒤로 숨어야 하는, 숨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작품보다 몇 발 더 뒤에서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물음으로 답을 대신하며 글을 맺었다.

이와 함께 평론가 정홍수 씨는 "사회적 영향이나 위세가 점점 약화되고 있는 문학제도의 처지에서라면 인터넷의 매체적 가능성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인터넷이 '과학기술적 혜택'을 넘겨주는 대신 소설에 요구할 부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계간 '문학과사회'도 봄호 권두언에서 인터넷 연재가 "결국 오프라인 공간의 유력한 장편소설 상품들이 온라인에서 먼저 선보인다는 의미 이상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며 인터넷이 한국 문학을 구원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문학과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연재할 기회를 얻는 대중적 지명도를 갖춘 작가들의 숫자는 제한돼 있고 따라서 이 공간의 기회가 새롭고 다양한 작가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또 인터넷 연재는 그 특성상 다양한 미학과 장르를 망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미디어를 통한 문학의 새로운 소통과 소비가 역설적으로 한국 문학의 획일화로 결과되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 성찰 뒤에라야 인터넷은 한국 문학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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