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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흡연의 폐해와 WHO의 관심

청소년 흡연의 폐해와 WHO의 관심

기사승인 2014. 03.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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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소비자연합 황명자 부회장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한해 동안 세계인구 600만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했으며 그 수가 2020년에는 10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흡연 폐해는 이미 캠페인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바 성인 흡연율은 다소 하락하고 있으나, 문제는 청소년 흡연율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흡연율은 12.1%이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2년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에 따르면, 흡연 동기는 호기심 52.8%, 친구·선후배의 권유 30.6%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호기심과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시작되는 사소한 출발이 청소년의 미래에 남기는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흡연은 69종의 발암성 물질과 4,800여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의 흡연은 인체의 세포나 조직, 장기 등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여서 담배가 지닌 독성분과 접촉하면 정신적, 육체적 폐해가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흡연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그 피해는 더 크다. 20세 이후에 흡연을 시작하면, 수명이 9년 단축되고 폐암발생이 6배 높고 2명중 1명의 사망원인이 되는 반면, 16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하면 수명은 15년 단축되고 폐암 발생은 18배 높으며 3명중 2명의 사망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8년에 발표된 학술지 Annals of Epidemiology에 ‘흡연은 여자 청소년의 체중을 줄이는 데는 아무런 효과가 없고 남자 청소년에게 키를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연구팀이 12~17세 1,293명의 몬트리올(Montreal)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 3개월마다 생활습관을 조사했다. 그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키가 2.54㎝가 작았고, 키가 작은 이유는 청소년은 한창 성장기에 있기에 흡연으로 성장에 장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으며 불명예스럽게도 세계 1위로 발표됐다.

청소년 흡연율이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청소년들의 건강은 제쳐두고 담배판매에 따른 수익 창출에 관심이 있는 담배회사의 무분별한 홍보 판촉행위와 담배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작된 세련된 디자인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및 담배판매업소를 보게 되면 계산대와 벽면이 온통 화려하고 세련되게 디자인 된 담뱃갑으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효과가 청소년 흡연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되어 있는 외국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다.

썩은 폐 사진이나 구강암 사진을 삽입하여 금연을 유도하는 대다수의 외국과는 달리 국내판매 담배는 경고문구만 들어 있어 흡연폐해에 대한 경고가 매우 미약하다.

최근 유럽 연합 28개 회원국들이 흡연의 폐해를 줄이고 청소년 흡연을 차단하기 위한 흡연규제 지침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번 지침은 담뱃갑 포장의 65%를 경고문구와 사진 등으로 채우도록 하고, 담배에 박하, 바닐라, 딸기 향이나 색소 등을 첨가하는 것을 금했다.

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편의점 업체인 CVS가 전국 7600개 매장에서 담배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파는 것이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유다. CVS는 담배판매 중단으로 인해 20억 달러(약 2조 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CVS결정은 굉장한 사례로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이나 사망률이 낮아지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우리도 이젠 흡연의 폐해를 제대로 알고 특히 청소년들이 담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사회 전반에서 담배의 폐해를 이슈화 시키고 범국민적 금연 운동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가야 할 때가 왔다.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담배소송을 제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단은 우리나라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흡연의 폐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담배의 폐해와 담배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의료비를 밝혀냈다. 흡연자의 암발생 위험이 평균 2.9배에서 6.5배 높고, 흡연으로 인해 암 등 35개 질환 진료비가 연간 1조7000억원이 추가 지출되어 원인제공자인 담배회사를 상대로 담배소송을 제기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WHO 서태평양 지역본부(WPRO)는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WHO가 보유한 보건학·법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단 지원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의 담배소송 제기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소송은 승소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담배의 해악을 정확히 알리는 교육·홍보효과가 크다고 하는 등 국제기구도 공단의 담배소송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이 우리 국민들에게 흡연의 폐해를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가 국민들을 위한 사회적 책임이 무엇이며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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