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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리히테르와 노이하우스

스승과 제자..리히테르와 노이하우스

기사승인 2014. 04.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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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의 클래식산책](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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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의 리히테르. 주관적이지만 설득력이 강한 해석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지지를 받는다.
내달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음악계에서 유명한 스승과 제자의 미담을 소개합니다.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테르(1915~1997)와 그의 스승 하인리히 노이하우스(1888~1964)의 이야기 입니다.

애호가는 물론 음악계 동료들로부터 전설로 추앙받는 리히테르는 독자적 노선을 걷는 자유분방한 예술가 계열에 속합니다.

그는 일반적인 음악의 신동들과 달리 오페라 극장에서 반주자로 활동하다가 27세가 돼서야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합니다.

음악원 재학시 사람들은 그에게서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힘, 몰입과 집중,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아우라를 느꼈다고 입을 모아 술회합니다.

‘남다르다’는 말로는 모자란 넘치는 재능이 있었던 것이죠.

특히 그의 스승 노이하우스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노이하우스는 리히테르와의 첫만남을 아래와 같이 술회합니다.

“호리호리한 젊은이가 들어오더니 놀랄만큼 훌륭하게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 사람은 천재임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즉석에서 제자로 맞았다. 리히테르처럼 음악적인 지평이 넓은 사람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

이후에도 노이하우스는 “나는 리히테르가 나의 제자라고 자랑하지 않았다.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나를 선생으로 선택해줬다는 점이다”고 보기 드문 극찬을 남겼습니다.

리히터는 스승의 찬사에 대해 “나의 손을 자유롭게, 정말로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노이하우스가 나를 피아니스트로 만들었다”고 화답했습니다.

아마 이들 위대한 스승과 제자의 말은 절대로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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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인상의 하인리히 노이하우스. 그는 러시아 피아니즘의 위대한 스승으로 꼽힌다.
리히테르의 행동은 일반적인 피아니스트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음악회가 끝난 직후에도 연습을 끊임없이 하는 날이 있었는가 하면, 수개월씩 피아노 앞에 앉지 않는 날도 많았습니다.

건강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연주회를 취소하는 일도 잦았죠.

그는 바흐와 헨델, 모차르트, 베토벤에서부터 프로코프에프, 쇼스타코비치, 벤자민 브리튼에 이르기 까지 광대한 레퍼토리를 구축했습니다.

그 어떤 음악을 연주해도 ‘리히테르 표’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만큼 독자적인 해석을 선뵀죠.

“리히테르의 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나는 비로소 내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곤 한다. 그러나 연주 도중에는 모든 것이 아주 잘 어울리고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게 몰입돼 있기 때문에 압도당하고 만다.”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리히테르의 연주에 대해 남긴 말입니다.

이처럼 뛰어난 리히테르는 20세기를 풍미했고 여기저기서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노이하우스 역시 최근에 와서는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일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그에게 배웠고, 리히테르와 동시대를 산 ‘베토벤의 화신’ 에밀 길렐스도 그의 제자였음이 부각된 것이죠. 역시 유명한 라두 루푸도 그의 제자로 현재는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의 전설적인 스승’으로 재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 피는 못 속이는 걸까요.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브 부닌이 노이하우스의 손자이기도 합니다.

노이하우스 본인이 남긴 쇼팽 피아노 협주곡 음반을 들어보시면 그가 왜 위대한 스승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청출어람’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이 무색하다고 할까요. 그는 암보(악보를 외우는 능력)도 남달랐다고 전해집니다.

음반으로도 아예 ‘노이하우스 스쿨’이라는 부제를 단 그의 제자들의 음반도 판매되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조해보셔도 좋겠습니다.

또 리히테르는 독주·협주·반주 가릴 것 없이 녹음을 무척 많이 남겼으며 대부분이 명반으로 평가받습니다. 필자는 그가 남긴 프로코피에프 소나타를 많이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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