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5만 마리 살처분…피해액 4000억원 이상될 듯
1월17일 전북 고창 씨오리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 26일로 100일째가 된다.
지금까지 살처분한 닭·오리 등 가금류는 1285만2000마리로 2008년 3차 AI의 1020만 마리 살처분 기록을 넘어섰으며, 6월 중순 이후에나 종식 선언이 가능해 발생기간도 2010∼2011년의 139일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른 재산 피해액도 2008년의 307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I는 과거 4차례 발병한 ‘H5N1’형 바이러스가 아닌 ‘H5N8’형으로 H5N8형 AI가 대규모로 발병한 것은 전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H5N8형은 1983년 아일랜드와 2010년 중국 장쑤(江蘇)성에서만 두 차례 발병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올해 우리나라에서 창궐하기 전까지 대규모 발병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국내 AI 발병농가에서 사육하던 개도 AI 바이러스에 노출돼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개에서 AI 바이러스의 항체가 검출된 것 역시 이번이 세계 최초 사례다.
고창에서 발병한 AI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돼 25일 현재 35건의 AI 감염의심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29건이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진됐다.
발병건수는 29건이지만 지역 내 최초 발생 농가 반경 10㎞ 이내에 있는 발병농가는 신규발병 농가로 집계하지 않아 실제 사육 중인 가금류를 살처분한 피해 농가는 498곳에 이른다.
이에 따른 직접 피해액만 1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약 1240억원이 들고 생계안정자금·소득안정자금 등으로 150억원, 초소 운영비 등 가축방역비 480억원 등 약 1900억원이 AI 피해보전에 쓰일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 규모를 더하면 총 피해액은 4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피해가 증가한 까닭은 닭·오리 산업이 농가와 기업이 연계해 대규모 사육을 하는 수직계열화 되면서 농가의 사육 규모가 과거보다 커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1∼4차 AI 때 살처분 농가의 평균 사육 마릿수는 9400마리였으나 이번에는 평균 2만4900마리에 달했다.
또 일부 농가가 발병사실을 감추거나 지연신고해 AI 피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음성에서는 일부 농가가 AI 감염의심신고를 하지 않아 발병농가 반경 3㎞ 이내 가금농가 31곳 중 26곳이 AI에 오염됐고, 다른 지역의 한 농가는 AI에 걸린 오리 폐사체를 몰래 묻었다가 적발돼 고발당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AI 발병신고는 21일 충북 진천의 거위 농가에서 들어온 35차 신고다. 이는 지난달 10일 34차 신고가 들어온 지 41일 만이다.
AI 발병의 주 매개체인 겨울철새가 대부분 북상하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AI는 사실상 종식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진천 거위 농가에서 발병신고가 들어오고 24일 울산 울주군 양계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하는 등 잔 불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최후 살처분일로부터 AI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인 21일 동안 추가 발병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이동통제를 해제하고 다시 3주간 AI가 발생하지 않아야 종식 선언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AI가 추가로 발병하지 않더라도 6월 중순에야 AI 종식 선언이 가능할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종식 선언을 앞당기기 위해 AI가 추가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5월 말까지 현재의 방역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