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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위한 심리상담 약일까, 독일까?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위한 심리상담 약일까, 독일까?

기사승인 2014. 05.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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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전문가, 피해자 가족 들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치료 이뤄져야해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상담을 받을 여유 없다며 부담스러워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피해자 가족의 상담 진행 시기에 대한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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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및 일반 시민들의 심리 상담을 위해 안산시청 인근 건물에 개소한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 사진=김종길
“심리상담, 감사하지만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세월호 참사가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심리상담사 및 정신과 전문의들은 하루 빨리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치료가 이뤄져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가족들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부담스러워하는데다 사고 진상규명 및 실종자 수습을 더 우선시하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경기도와 안산시는 사고 이후 비상체제로 운영해 온 경기도·안산시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상시체제인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 전환해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피해자 가족 상담을 진행했다.

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14일까지 전문심리요원이 심리상담소 상담 및 가정방문 등의 방식을 통해 실제 대면 상담한 가구는 전체 희생자 가족 242가구 중 177가구다.

신민영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심리지원팀장은 “전문심리요원과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10여팀이 매일 50여가구를 접촉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 온 심리전문요원의 경우 오전 회의 때 이전 담당 요원으로부터 피해자 가족의 상황 및 주의사항 등을 인계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희생자 가족 A씨는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를 걱정하면서 하루 빨리 심리치료를 해야한다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지금 가족들에게는 상담 및 치료 과정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희생자 가족 B씨 역시 “사고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다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상담에 대한 생각은 떠올릴 수도 없다”고 얘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피해자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현 시점에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정찬승 정신과 전문의는 “큰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나 재난의 생존자 및 유가족들은 자신의 심리적인 어려움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아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상담 및 치료를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때 심리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나중에 우울과 불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스스로 당황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정식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피해자 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죄책감이 가장 큰 상황으로 심리 상담을 받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외상은 진행 중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기에 상담을 받는 것보다는 사고의 진상이 밝혀지고 그에 따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 가족들의 죄책감이 덜어질 때쯤 상담 및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상담을 거부하는 피해자 가족에게 자꾸 찾아가 상담을 시도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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