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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원의 시사경제 쉽게 읽기]환율 떨어지면 국민경제 침체되나

[홍정원의 시사경제 쉽게 읽기]환율 떨어지면 국민경제 침체되나

기사승인 2014. 07. 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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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009.7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 2월 3일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85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5개월만에 70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업체가 받을 타격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만약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에서 500원으로 떨어진다면 기존에 미국에서 팔리던 한국제품의 가격이 두 배가 된다. 미국 사람들은 지난 달에 1달러면 살 수 있던 우리 제품을 2달러를 지불해야 살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어제 50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아이폰이 오늘 100만원에 거래된다면 아이폰을 사고자 하는 수요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출기업이 받는 타격은 우리나라 전체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다. 우리나라 경제가 미국만큼 크지는 않으니 소규모고 화폐시장과 실물(재화)시장이 개방돼 있으니 개방경제다. 당신도 어제 칠레산 포도를 먹으면서 아이폰으로 나스닥과 환율을 걱정하지 않았나. 소규모 개방경제의 국민소득은 실물시장·화폐시장·외환시장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순수출은 실물시장의 영역이다.

순수출의 감소는 실물시장의 위축을 의미하므로 단기적으로 국민소득 감소를 유발한다. 수출이 국민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순수출이 감소하면 당연히 실물시장은 위축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수출기업과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70% 직장인의 월급이 동결될수도, 성과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

국민소득의 감소는 화폐시장에서의 화폐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돈을 찾는 사람이 적으니 당연히 이자율이 떨어진다. 이자율은 돈의 가격이기 때문이다. ‘돈의 가격’이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하겠지만 우리는 이자율(수익률)을 보고 ‘금융상품’을 사고 판다. 이자율에 따라 적금에 가입하기도, 대출을 받기도 한다. 이자율 8%짜리 적금을 붓고 싶은데 이자율을 1%에 밖에 안 준다면 다른 은행을 찾아갈 것이다. 벼룩시장에 아끼던 노트북을 20만원에 내놓았는데 누군가 10만원에 산다고 댓글을 달면 어떨까. 벼룩시장에 내놓은 노트북 가격이 20만원이듯 적금이라는 ‘금융상품’의 가격은 8%의 이자율이다.

요약하자면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의 순수출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국민소득 감소와 이자율 하락을 수반한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하면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환율제도는 변동환율제이고 자본이동성은 대단히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환율은 각 화폐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이자율은 기존에 비해 하락한 상태다. 이 상태는 국제 이자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화폐시장에서 외국 자본은 자유롭게 더 높은 이자율을 찾아 빠져나갈 것이다. 미국의 이자율이 10%인데 우리나라의 이자율이 5%밖에 안된다면 우리나라 화폐시장에 투자한 외국 자본은 이자율이 더 높은 미국 화폐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우리 제품의 해외 시장가격이 하락한다. 우리나라에서 1000원에 만든 제품의 미국 가격이 종전 2달러에서 1달러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어제 100만원에 구입해야 했던 갤럭시폰을 5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시 순수출이 증가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한다. 또 이자율도 세계 이자율과 동일한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다.

최근의 환율하락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협을 미친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이 얼마나 오랜 기간을 의미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사이에 어떤 외부적인 충격이 가해질지도 알 수 없다.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에서 갑자기 우리나라 이자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이자율을 낮춰 빠져나가던 달러가 다시 유입될 수도 있다. 이러면 올라갈 때가 된 환율이 오히려 다시 곤두박칠치게 된다. 즉, 환율하락에 따른 최근의 우려는 단기적인 경기침체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설명은 경제학 이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환율의 하락은 단기적으로 수출기업에 타격을 입히고 국민 경제를 침체시킨다. 그러나 현실경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예컨대 우리나라에는 수출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원유·우라늄 등 대부분의 에너지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하락을 악재라고만 할 수 없는 까닭이다. 또,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기업이나, 부품재를 수입해 조립·수출하는 기업의 경우라면 환율 하락의 결과에 대해 쉽게 단정하기 애매하다.

더불어 경제학 모형에는 여러 가지 가정이 들어간다. 위에서 살펴본 먼델-플레밍 모형의 경우에도 외국과 우리나라의 수출수입탄력성의 합이 1보다 크다는 마샬-러너조건, 자본시장이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는 가정 등 여러 가정들이 전제돼야 한다. 현실경제에서 이러한 가정이 언제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최근의 환율하락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론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현실의 결과는 이론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의 환율하락을 바라볼 때에도 경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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