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명동 상점가 한집 걸러 두집은 개문냉방

<르포>명동 상점가 한집 걸러 두집은 개문냉방

기사승인 2014. 07. 15. 13:2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상점 안쪽 에어컨만 켜둔 편법영업도 등장
20140714_145001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5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상점. 에어컨을 틀어둔 채 문을 활짝 열어뒀다. / 사진=김문관 기자
“이랏샤이마세.”, “환잉광린.”

15일 오후 섭씨 32도까지 온도가 올라간 ‘불타는’ 서울 명동의 번화가.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화장품 가게를 중심으로 많은 상점들이 에어컨을 틀어 놓은 채 출입문을 활짝 열고 호객행위에 한창이다.

I모 화장품 가게의 한 점원은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여야 하는데 문을 닫아두면 장사가 되겠냐”며 “과태료가 있다고 들었지만, 외화를 벌어들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른 폭염에 정부가 내달 29일까지 번화가 ‘개문냉방(가게 문을 열어두고 영업하는 행위)’ 실태 조사에 나섰지만, 서울 명동 현장에서는 두 집 걸러 한 집만 이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300만원을 내야한다.

집중 단속이 이어졌던 작년 상황에 비해서는 일부 개선세도 엿보였지만, 한 집 걸러 두 집은 여전히 개문냉방 영업 중이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개문냉방 단속을 시작했다. 골목 12개 상점 중 6개가 문을 열어놓았지만 그 중 2개는 에어컨을 꺼둔 상태로 문을 열어 놓았다.

특히 일부 편법 영업도 등장했다.

우선 미리 에어컨을 켜고 냉방을 해놓은 후 문을 열 때는 전원을 내린 채로 영업을 하는 방법이 눈에 띄었다. 일부 상점들은 출입문과 가까운 바깥쪽 에어컨은 꺼뒀지만 안쪽 에어컨은 켜놓은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 상점의 내부온도는 보통 23~24도로 정부 권장 26도에 비해 낮았다.

호객행위를 하던 한 여성 점원은 “요즘 단속이 심해서 문을 닫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벌금을 무는 것보단 낫다”며 “문을 열어 놓는 대신 사은품 뿐 아니라 시원한 음료로 호객행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했다.

다른 가게 점원들은 단속 나왔을 때 바로 시정하겠다고 봐달라고 부탁하면 벌금 없이 넘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눈치껏 단속을 나온다고 하면 문을 닫아놓기도 하고, 단속반 퇴근시간 이후에 개문냉방을 해놓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정부 단속이 외화벌이에 지장이 있다는 한탄도 많았다.

한 점원은 “한국에서 명동 같은 관광객 유치 지역이 몇 안 되는데 이런곳이라도 개문냉방 규제를 느슨하게 해 줘야 외화벌이에 도움이 될 것 아닌가. 그리고 사실 밖에 물건 놓거나 호객행위 하는 것도 불법이라는데, 그렇게 치면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바디용품점 매니저를 꿈꾸는 20대 화교 직원은 에어컨을 틀어놓고 문을 열어놔도 되냐는 질문에 “불법인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명동 유동인구가 한 두명도 아니고. 관광객이 밀려드는 상황인데 문을 열어두고 냉방하지 않으면 매출에 지장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중국관광객이 벌떼처럼 몰려올 때 이렇게라도 해서 돈을 벌어놔야 비수기를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점원은 “해당 지점이 억대 매출을 내는데, 그 기반에는 ‘큰손’ 중국인들의 소비성향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 일본인이나 한국인보다 중국인들이 내는 매출이 훨씬 많다”며 “중국인들의 돈에 대한 사고방식 자체가 통이 커서 100만~200만원은 기본으로 쓰고 간다. 중국손님만 받아도 장사가 잘 될 판이다”고 전했다.

KakaoTalk_20140714_144717103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5일 오후 서울 명동의 풍경. 옷과 시계를 판매하는 점포들이 에어컨을 틀어둔 채 문을 활짝 열어뒀다. / 사진=문누리 기자
.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