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슬롯머신도 게임기일 뿐… 창조경제 블루칩 될 것”

“슬롯머신도 게임기일 뿐… 창조경제 블루칩 될 것”

기사승인 2014. 07. 28.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심보현 윈드폴스 대표 인터뷰
카지노게임기기 개발했지만 국내에는 하나도 납품못해
"해당 시장 발전하면 '창조경제'에도 충분히 기여 가능"
심보현 윈드폴스 대표-03
심보현 윈드폴스 대표는 “카지노 게임기기를 직접 개발하는 입장에서 국내 카지노업계가 정작 국산품을 쓰지 않는 데에 답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병화 기자 photolbh@
“외국 카지노와 협상할 때 그들이 어떤 것을 묻는지 아십니까? ‘한국에도 유명 카지노가 있는데 왜 그곳에는 하나도 납품하지 못했느냐’고 합니다.”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심보현 윈드폴스 대표(50)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면서도 안면근육을 몇 번이나 찡그려야 했다. 국내에 몇 안되는 카지노 게임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대표 카지노인 강원랜드나 세븐럭에 제품을 하나도 납품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었다.

제품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윈드폴스는 국제인증(BMM)을 취득해 현재 타 국가로도 수출을 할 수 있는 제품임을 인정받은 상태다. 다만 이미 고착화된 카지노 입찰방식에 생소한 제조업체가 끼어든다는 것이 굉장히 높은 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해외로 눈을 돌렸죠. 그런데 왜 한국 제품이 한국에 없느냐고 물으면 상황을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말문이 막힐 뿐이지요. 실제로 강원랜드나 세븐럭의 수많은 기기 중 국산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합니다.”

심 대표는 국내 카지노 측에 기기를 임대하거나 구입하는 게 부담스러우면 일단 시범 운영이라도 하는 게 어떠냐고 권해야 했다. 대신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배분해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는 “이미 우리가 하던 방식이 있고 공급받던 (외국산)기기가 있는데 새로운 것(국산 기기를)을 굳이 하려니 귀찮아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세계적으로 슬롯머신 시장 규모는 업계 추정 30조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시장 점유율이 ‘0’인 상태다. 일단 ‘카지노 = 도박’이라는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심 대표는 “윈드폴스는 카지노 게임기기를 만드는 제조회사일 뿐인데 ‘도박’이라는 못을 박아버리니 이 인식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카지노기기를 ‘게임기’로 분류한다”면서 “윈드폴스는 그저 기기를 만드는 제조업체인데 국가에서는 카지노기기 산업이 사행산업이냐, 아니냐를 두고 아직도 논의 중”이라는 설명했다.

현재 슬롯머신 제조 시장은 주요 선진국의 10여개 업체가 이미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슬롯머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긴 하지만, PC게임·휴대폰게임 등에서 이미 선두주자인 한국은 해당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어 시장 장악력이 충분한 상태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창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심대표가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을 단 5%만 차지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8000여명의 고용 창출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기계 하나를 만들어 카지노에 공급할때 까지 컴퓨터·모니터 제조, 음악·소프트웨어 개발, 그래픽 디자인 등 동반돼야 하는 산업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심대표는 지난 4월 대통령 비서실에 ‘국내 카지노에 국산카지노 게임기기 사용’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3일 만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회신을 받았으나 ‘당사의 상기 요청 내용에 대해 공감하나 도입여부를 업체 자율로 강제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내용이었다.
심보현 윈드폴스 대표-07
심 대표는 카지노기기 산업이 모니터, 소프트웨어, 음악,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로 이뤄지고 고용창출효과도 높아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병화 기자
카지노업체·중소기업청 등을 설득하는 데 지친 심 대표는 수출에 집중했고 결국 이달 캄보디아의 다이아몬드크라운 카지노, 필리핀 엘란초 카지노와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올해 내 동남아 시장에 500여대를 공급하고 내년에 1000대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2~3년 내 캄보디아·베트남·미얀마·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에 3000~4000대의 기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물론 강원랜드·세븐럭 등 국내 업체의 문도 계속 두드리고 있다. 그는 “세계 메이저 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 대형 카지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차 목표는 연간 1조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지금 해외에 윈드폴스의 기기가 수출되고 있지 않습니까. 카지노기기 제조업은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성장할 수 있는 시장임이 분명합니다. 현재까지 어려운 일이 많긴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