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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가혹행위 간부 재취업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구타·가혹행위 간부 재취업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기사승인 2014. 08. 22.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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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에게 구타·가혹행위 저지른 간부, 가벼운 징계만 받아
심지어 병사 괴롭힌 간부가 전역 후, 군 관련기관에 재취업하기도
전문가 "미미한 징계를 병적기록부에 적시하지 않는 것 문제"
봉변
옛말에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리를 뻗고 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말이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

병사에게 구타·가혹행위를 저지른 간부들이 견책과 정직 수준에 가벼운 징계를 받는 것은 물론 차후 군 관련기관에 버젓이 재취업,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문제가 되고 있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군내 폭행, 가혹행위 등에 대한 형사처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2010~2013년 부사관급 이상 군 간부 491명이 폭행·가혹행위 등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있지만 실형 선고된 사례는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군 자살사고 관련자 처벌 기준 개선’이란 자료를 통해 현재 ‘군사법원 양형기준’에 상관모욕, 초병폭행 등에 대한 기준은 있으나 ‘후임 병·간부에 대한 폭행 등의 기준이 없다’고 지적, 군 수사체계와 사법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군 수사체계는 사단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단 헌병대 수사과에서 초동수사를 진행하도록 돼있다”며 “연대에서 사고가 벌어지면 해당 연대 담당 수사관이 수사를 전담, 차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도 계속 같은 수사관이 수사를 진행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인 간부와 이 수사관 사이에는 수사 중에도 접촉이 가능하고 사고 전부터 지인 사이인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군 외부기관이 사건을 수사해 이런 병폐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구타·가혹행위를 저질러 징계 처분을 받은 간부가 여전히 군 관련기관에 소속돼 있다는 점이다.

2007년 7월 A상병은 지휘관인 B소령으로부터 구타·가혹행위를 당하다 스스로 생과 이별했다.

지난해 귄익위는 순직권고를 위해 작성한 의결서를 통해 B소령의 가혹행위가 A상병의 사망원인 중 가장 중요 요소라고 진단한 대학 정신과 교수의 자문을 싣고 ‘동료와 상사간의 구타나 가혹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 줘야할 지휘관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됐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군단은 B소령 소속 사단에 징계를 요구했지만 사단장은 B소령에게 서면 경고를 하고 사건을 무마했다. 차후 B소령은 정년을 채워 전역했고 2010년 1월 1일 육군교도소 과장으로 재취업, 현재까지 군무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2007년 4월 C대위는 D소령으로부터 욕설·폭언 등을 견디다 못해 소속 부대 인근 공원에서 목을 매 사망했다. 유명 조직폭력배의 이름을 별명으로 갖고 있을 정도로 사악하다는 평을 들었던 D소령 역시 현재 군 관련기관에서 태연히 근무 중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병적기록부에 징계처리 등 갖가지 사항이 기재됐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를 ‘인권침해’라고 규정한 뒤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며 “인사담당자는 입대날짜와 전역날짜를 보고 지원자의 군 생활 이상 여부를 판단할 뿐 디테일하게 확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 내부 징계는 가해자인 간부의 진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사회에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가중 처벌일 수 있다”며 “그러나 지휘책임이 아닌 간부가 병사에게 직접적인 가혹행위를 저지른 경우 어떤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병적기록부에 적시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간부가 군 관련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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