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실세’ 이미지가 부총리 본인에게도, 경제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독(毒)’이 되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 수장에 오른 최 부총리는 초반부터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밀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확장적 재정·통화·금융 정책으로 요약되는 최 부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취임 후 처음 맞은 국정감사를 계기로 ‘초이노믹스’는 재벌특혜·부자감세·반민생·서민증세의 위험성을 내포한 부정적 이미지로 야당으로부터 맹공을 당하고 있다.
특히 부총리 취임 후 그에게 항상 따라붙은 ‘실세’라는 꼬리표가 더욱 강력한 공격의 빌미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경제뿐 아니라 정치 논리에도 자주 휘말리고 있다.
지난 16, 1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힘이 센’ ‘왕(王)장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최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야당의 대표 ‘저격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초이노믹스’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말로 시작부터 최 부총리에게 강펀치를 날렸다.
박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이나 총리 이름에 ‘노믹스’가 붙은 적은 있지만 장관 이름에 ‘노믹스’를 붙인 경우는 처음 본다. 이래서 ‘왕장관’으로 불리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주가가 1900선이 깨지고 경제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초이노믹스’ 약발이 떨어진 것으로, 시장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며 최 부총리를 자극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재부 장관은 정말 힘이 센데 기재위는 힘이 없다. 이래서야 감독이 제대로 되겠냐”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박 의원과 최 부총리는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이 최 부총리를 ‘총리님’이라고 부르고, 그에 답한 과정을 놓고 속기록을 운운하는 등 극도의 신경전을 벌였다.
또 최 부총리는 정치인이자 경제 수장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경제블랙홀론’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박 의원의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가 “정치인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도 최 부총리의 영향력이 거론되는 등, 최근 들어 정권 실세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대개 인사청문회 때부터 작동된다는 정치인 출신에 대한 ‘전관예우’도 정권의 최고 실세에게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