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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개천 용’ 꿈도 꾸지마?

돈 없으면 ‘개천 용’ 꿈도 꾸지마?

기사승인 2014. 11. 0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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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고시, 과외 받으며 공부할 수록 수험기간 짧아
명문대, 강남3구 독식시대
운동도 '헝그리 정신'보다는 '머니 파워'
신림동 고시촌
신림동 고시촌의 한 고시학원.   /사진=박정배 기자
올해 5급공채 2차에 합격한 강모씨(30)는 ‘행정고시 8수생’이다. 여덟 번의 도전 끝에 3차 면접 기회를 얻었다는 강씨는 “최종 합격에 내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을 합하면 1억원에 육박하는데 이를 보상받을 길은 오직 합격 뿐”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강씨는 “고시를 준비하면서 1년에 드는 비용이 학원비, 식비, 독서실비, 방값 등을 합쳐 1500만~2000만원 가까이 든다”며 “이를 마련하기 위해 나도 아르바이트를 뛰었고 부모님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이들이 빨리 합격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을 바라보며 서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시 합격, 명문대 졸업 등 경력도 더 이상 신분 상승의 확실한 기회가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난한 이들이 악착같이 공부해 합격에 이르렀다는 미담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부유층이 금전적 힘을 바탕으로 공부에 열을 올리면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설 곳은 좁다.

강씨는 “고시라는 게 최소 3수는 기본이고 여유로운 심리 상태도 합불 여부에 중요 변수”라며 “금액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친구들은 이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쾌적한 환경에 과외까지 받는 이들을 어떻게 이기겠느냐”며 “그들과의 경제적 차이가 합격에 걸리는 시간 차이인 것 같다”고 했다.

명문대 입학 또한 부유층의 전유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2일 ‘2014 서울지역 일반고 서울대 입학 현황’에 따르면 부유층을 상징하는 강남3구에서 251명(강남구 133명, 서초구 61명, 송파구 57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반면 금천구는 3명으로 가장 적은 서울대 입학생을 비출했고, 구로구는 6명, 동작구는 7명을 기록했다.

금천구에서 국어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현씨(56)는 “대치동, 중계동 등지에서 유행했던 단과 전문학원을 이 동네에 적용시켜볼까 했지만 학생 1인당 3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이 높은 교육비라며 부담을 느끼는 현실”이라며 “입시 과목 하나하나마다 과외를 붙이고 음악·미술·체육까지 사교육이 횡행하는 강남 지역 학생들을 이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운동 세계도 마찬가지다. ‘몸 하나 밑천 삼아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헝그리 정신 대신 부유한 집안을 바탕으로 ‘즐기면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목동에서 체육교사를 하고 있는 현모씨(32)는 “요즘은 운동도 돈 없으면 못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김연아가 피겨로 성공하면서 김연아 어머니가 그랬듯 자식을 운동선수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부모, 특히 엄마가 강한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일일이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금전적 힘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 교사는 학교 운동부가 학교 예산이 아닌 학부모의 회비로 운영되는 점도 이유로 지목했다. 그는 “30년 전부터 이러한 시스템은 계속 고수돼왔다”며 “감독·코치 봉급도 빠듯해 기량이 좋은 가난한 선수의 회비를 대신 내주는 미담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현 교사는 “집안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형제 관계가 하나 아니면 둘인 상황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도 부잣집 아이들을 보면서 헝그리 정신을 갖기 보다는 지레 기가 죽어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부모의 재력에 따라 운동선수로서의 성공 여부가 갈리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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