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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를 말하다]대기업 총수 리스크에 휘청이는 스포츠

[기업 스포츠를 말하다]대기업 총수 리스크에 휘청이는 스포츠

기사승인 2015. 01. 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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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검찰 출석-28
‘땅콩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피의자신분으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photolbh@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국내 스포츠마케팅 산업은 대기업의 경영환경이 불황에 빠지면 그 규모와 활동력도 상당부분 축소된다.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유의 경영스타일인 ‘재벌경영’은 상생이 핵심 어젠다가 된 현재,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지만 좋든 싫든 대한민국의 스포츠를 발전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태생부터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의 힘에 의지해 성장한 프로스포츠가 성장할 때마다 국내 스포츠현장에서 스포츠마케팅은 싹을 티우고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렇다 보니 대기업의 대내외적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그 희노애락을 함께 겪어야 했다. 총수 중심의 기업경영 형태는 스포츠마케팅에서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 쉬운 구조가 고착화 됐다.

한 기업 총수가 앞장서 스포츠구단이난 스포츠경기를 홍보하는 것은 스포츠에게 어떤 지원보다도 강력한 후원이 됐다. 기업 총수가 경기장을 찾아 박수 한번만 쳐도, 경기 직후 선수들과 악수 한번을 하는 것 만으로도 매스컴에서는 관심을 가졌고, 이는 기업과 구단 그리고 그 총수일가의 이미지도 좋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펼쳐지는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은 매스컴에게 좋은 기삿거리가 돼 왔다.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들 총수들이 응원을 가는 경기에서 각 구단들은 좋은 승률을 자랑했다.

한 구단의 승률은 팬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기 마련이고, 여기서 파생되는 수입·마케팅효과 등의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 총수의 경기장방문은 선수들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갖게 하고 경기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는 경기에서 선수들의 좋은 활약으로 이어지고 그 선수를 바라보는 팬들의 충성도는 강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아 낸다. 극단적인 비약일 수 있지만 이런 관계는 알게 모르게 스포츠 주변에 둘러쌓인 상업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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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 결승전이 열리는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을 찾아 경기 직후 관람석을 찾은 삼남 동선씨를 격려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승마국가 대표로 나선 김동선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아버지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기장을 찾은 것은 스포츠에 대한 영향보다는 기업에게 긍정적이었다. 법적인 문제로 장기간 경영공백에 있던 김 회장이 전세계 카메라가 즐비한 아시안게임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면서 김 회장의 부정(父情)이 부각되며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기 충분했고, 한화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회장의 경영복귀를 점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반대의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 이들이 지원하는 프로구단들이 재무적으로 불안해지고 프로스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마케팅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럽게 축소된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기업 없이 운영 힘든 프로구단, 무엇이 문제일까?’ 참조).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다. 바로 총수리스크다. 최근 세간의 최대 이슈가 된 대한항공 ‘땅콩리턴’ 사건은 대한항공에 대한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국민 정서를 거스르며 기업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버렸다.

문제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서 촉발된 이번 사건은 아버지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이는 조 회장이 맡고 있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대한 교체설까지 나오게 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얻어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이기에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스포츠행사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저런 상황상 조 회장의 위원장직 교체설에 그칠 뿐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만나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조직위원장 이미지가 땅콩리턴으로 덩달아 실추된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도가 되는 등 국제적 이슈가 됐다는 점은 평창동계올림픽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막을 수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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