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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블랙야크의 미국 진출 전략이 갸우뚱한 까닭?

[기자의눈] 블랙야크의 미국 진출 전략이 갸우뚱한 까닭?

기사승인 2015. 0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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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은반명함s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다른 유명아웃도어와 차별점이요? 바로 ‘나우(nau)’의 지속가능성(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치가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 충분히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준석 나우 대표 겸 블랙야크 글로벌 사업본부 이사는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 같이 밝혔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아들인 그는 2012년부터 블랙야크의 글로벌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강 이사는 이날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 인수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아시아·유럽·북미를 잇는 ‘트라이앵글’ 전략을 구축해 블랙야크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강 이사의 확신과 달리 업계 전반에서는 블랙야크의 이번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전 세계 1위 아웃도어 시장이자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2013년 시장 규모 11조원대)에 인지도가 전무하다시피한 미국 브랜드로 공략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 기업은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은 탓에 일반적으로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보다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인지도 있는 해외 브랜드를 인수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나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2007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창립된 나우는 현재 미국 전역에 100여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블랙야크는 현금 1500만달러(약 160억원)를 지급하고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나우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시장과 달리 미국 시장은 성숙기를 지나 이미 롱런하는 브랜드들로 ‘솎아진’ 상황이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에서 정통성은 물론 제품·가격의 차별화가 없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 이사가 내세운 브랜드 가치인 ‘지속가능성’도 미국의 친환경 아웃도어 기업인 ‘파타고니아’나 ‘팀버랜드’ 등의 브랜드가 이미 실천하고 있어 차별화라고 부르기 어려워 보인다.

블랙야크는 그동안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했지만 중국에서 약간의 성과를 냈을 뿐 외국에서의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인지도 낮은 미국 브랜드 인수가 ‘몸집 부풀리기’ 또는 ‘보여주기식 해외공략’이 아닌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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