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작년 64조원 증가…1인당 빚 2000만원 넘어

가계신용 1090조 육박…작년 4분기 은행 주담대 증가폭 역대 최대

지난해 은행·비은행권이 가계에 빌려준 돈이 전년보다 64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중 은행과 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 등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64조3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37조3000억원, 비은행권은 27조원 증가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빠져 있다.

가계빚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통계인 ‘가계신용’에 들어가는 카드사 판매신용과 기타 금융기관 대출을 모두 합치면, 작년 말 가계신용은 1090조원 전후까지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가계신용은 1060조3457억원이었다.

가계신용 연간 증가액이 2012년(47조6000억원)은 물론, 2013년(57조6000억원)도 웃돌 것이 확실시되는 것이다.

올해 추계 인구가 5062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 1인당 2150만원 정도의 빚을 진 셈.

전체 가계빚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80%에 달했다. 지난해 가계빚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작년 8월부터 시행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와 8월·10월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

은행권 주담대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조2000억원 늘었으나 2분기 5조5000억원, 3분기 10조6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작년 4분기에는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20조4000억원 가운데 주담대가 18조1000억원(88.7%)을 차지했다. 한 분기 새 은행 주담대가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4분기 이후 전무하다.

직전 최고치는 부동산 폭등기였던 2006년 4분기의 12조3000억원이다.

비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1분기 2조6000억원, 2분기 2조8000억원, 3분기 1조5000억원 등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지 않다가 4분기 8조1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은 이번 업무현황 자료에서 “올해 1월에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월보다 축소됐으나 (1월이) 계절적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상반기~3분기 0.7%, 4분기 0.6%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한은은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가계부채 동향을 상시 점검하는 ‘가계부채 점검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스템적 리스크 평가모형’(SAMP)의 분석 범위를 비은행권까지 확장하고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해 감독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의체도 최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3월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 채권 운용자 등 금융시장 참가자와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의’를 만드는 등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현재 무역결제 지원용으로 활용하는 한·중간 통화스와프 자금을 작년 12월 개설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의 유동성 부족 때에도 쓸 수 있도록 위안화 유동성 지원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