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7일 청와대에서 1시간 50여분 동안 경제활성화 법안,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연금 개혁, 청와대 인적 쇄신, 남북관계 등 다양한 국정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에서 시작된 3자회동은 오후 4시 50분께 박 대통령이 퇴장한 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 양당 대표와 비서실장이 배석해 또다시 1시간 40여분 간에 걸쳐 합의 사안을 조율한 뒤 마무리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여야 대표에게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며 “대통령으로서 경제를 한번 살려볼테니까, 야당에서도 대통령에게 경제살리기를 한번 해봐라 하면서 다 (협조) 해줘보고, 다 해줬는데도 (경제를) 못살리면 대통령 책임”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활성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주지 않아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못 만들어 잠도 오지 않는다”며 “국회가 꼭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반쪽 법안이 되면 취지도 살지 않으니 믿고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선 김 대표가 “작년, 재작년에서 이미 7% 이상 인상했다”며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힘은 대기업에 있다. 이미 우리나라 대기업은 국제적 평균 임금에 상당히 높아져 있지만 중소기업은 현재 경제위기 때문에 여력이 없다. 중소기업은 생존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반면 문 대표는 10% 이상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선 김 대표가 “지난해 세수가 11조가 덜 걷혔는데 그것은 그만큼 경제가 안 좋고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라며 “거기에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느냐, 지금은 인상할 때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김 대표는 “최저한세율을 인상하고 비과세감면 부문을 축소한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며 “이미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일반 정치 분야에 대해선 문 대표가 “지역편중 인사에 대한 지적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인사를 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유념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최근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부위원장의 ‘흡수통일’ 발언에 대한 문 대표의 언급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남북 간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룬다는 부분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 대표는 또 “올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꼭 한번 부르기를 요청한다”고 제안했고, 이에 김 대표는 “제가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화답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우리 나라에는 행사 기념곡을 지정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5·18 관련 노래애 반대하는 분도 있고 찬성하는 분도 있다”며 “이런 국가적인 행사가 한마음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보훈처와 잘 논의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회동이 끝난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런 만남이 자주 있어야겠다는 필요성을 서로 느꼈고, 그래서 앞으로 양당 대표 간에 합의가 되면 대통령과의 만남을 언제든지 하겠다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3자회동 정례화는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