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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불판 닦는다, 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새벽까지 불판 닦는다, 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기사승인 2015. 04. 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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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리포트] 알바가 갑? 현실은 다르다...근로계약서, 억지와 현실 앞에 무기력
“최저임금 5580원, 이마저도 안 주면 히잉~ 알바가 갑이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가 불판을 닦고 있는 대학생 이태준 씨(가명·21)의 귓가를 스쳤다. 이번 일은 세 번째 아르바이트다. 처음 일을 구할 때만해도 광고에 나오는 ‘혜리’처럼 당당하게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아르바이트 환경을 결정하는 전부가 아니었다.

이 씨의 첫 아르바이트는 당구장에서 시작됐다. 상경한지 2주 만의 일이었다. 학비도 만만찮은데 집을 떠나 생활하니 여기저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았다.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에 생활비라도 벌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학교 근처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를 보고 연락, 간단한 면접을 거쳐 일을 하게 됐다. 사장이 월급을 주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스스로 번 돈이 통장에 입금된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하지만 통장을 확인하니 사장이 약속한 금액보다 적은 돈이 입금돼 있었다. 착오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니 사장은 “내가 언제 그만큼 준댔어”라고 ‘적반하장’격으로 반문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교부받은 것도 아니었기에 제대로 항의도 못했다.

이렇게 이 씨의 첫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친구의 소개로 시작한 다음 아르바이트는 패스트푸드점의 배달 아르바이트였다. 이번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이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편했다. 매일 새벽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고된 시간이었지만 월급날을 생각하며 피곤함을 달랬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새벽까지 일을 했는데도 야간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다. 근로계약서를 거론하면서 항의했다. 이에 매니저는 “임금에 이미 야간수당이 포함됐어”라고 했다. 결국 야간수당을 받지 못하고 일을 그만뒀다.

‘최저임금’ 광고가 끝났다. 새벽2시다. 계약서에 명시된 시간보다 2시간이 지났다. 쌓인 불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오늘도 아르바이트 시간 내내 잠시도 쉬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상 4시간에 30분의 휴게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12시간을 일하면서 밥조차 앉아서 먹질 못했다. 휴게시간을 달라는 요구에 사장은 “손님이 많은데 어쩌겠어”라며 추가수당을 챙겨주니 그냥 일을 하라고 한다.

‘알바가 갑’이라는 광고 카피는 ‘을’들의 희망사항일뿐이다. 김 씨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경험도 이를 말해준다. 법
에 규정된 사항이 모두 지켜지는 아르바이트 자리에 쉽게 찾기 힘들다.

대학생 인턴기자
13일자 아시아투데이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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