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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산업은행의 ‘장기판’ 된 조선업계

[취재뒷담화]산업은행의 ‘장기판’ 된 조선업계

기사승인 2015. 04. 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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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산업은행이 조선업계를 장기판으로 만들고 있다.”

산은의 관리하에 있는 조선업계의 수장들을 ‘돌려막기’ 식으로 재배치 하고 있는데 따른 업계 관계자의 비판이다. 산은이 14일 STX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이병모 대한조선 대표이사를 추천한 직후 나온 반응이다.

올해 들어 조선업계는 ‘대표이사’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은이 서 있었고 그 시작은 대우조선해양에서부터 였다.

연초부터 대우조선 차기 대표이사 선임건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높았었다. 하지만 대우조선 대표이사 선임의 칼자루를 쥐고 있던 산은은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사태는 예상외로 커졌다.

고 사장의 거취가 불명확해 지면서 선주들이 새로운 계약을 꺼려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신규수주 소식도 끊겼다. 현장 생산직 직원들도 불안해 했고 본사는 올해 사업계획조차 명확히 세우지 못했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차 대표이사 관련 안건이 다뤄지지 않자, 대우조선은 고 사장을 권한대행 체제를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울며 겨자먹기 식의 땜질 처방이었지만 산은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표이사 부재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던 지난 6일, 산은은 대우조선 신임 대표이사로 정성립 STX조선 사장을 추천했고 대우조선의 대표이사 부재 위기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STX조선이 마른 하늘의 날벼락을 맞았다. STX조선해양을 이끌던 정 사장이 빠져나가면서 갑작스런 대표이사 부재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인 STX조선에게 대표이사 부재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산은이 STX조선 대표이사를 추천함에 따라, 이제 ‘대표이사 부재 폭탄(?)’은 대한조선으로 넘어가게 됐다.

산은은 “신임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 정성립 대표이사가 업무를 수행해 STX조선의 차질없는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라며 “대한조선은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어 법원에서 후임 대표이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법원이 선임할 대한조선 대표이사는 결국 산은이 지목하는 인물이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조선→STX조선→대한조선’으로 대표이사 부재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산은의 행보에 대해 업계는 조선업계가 ‘장기말’이 된 것 같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산은의 관리하에 있는 업체들이지만 경영상황을 고려치 않은 결정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업 특성상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하는데도 특별한 이유없이 대표이사를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과 같은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하지만 산은은 이런 업계의 소리를 귀 담아 듣지 않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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