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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환자에 치이고 보호자에 치이는 돌봄노동자

[심층취재] 환자에 치이고 보호자에 치이는 돌봄노동자

기사승인 2015. 05. 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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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의 최일선 요양보호사, 피해에 노출돼 있지만 보호장치 미흡
적정 임금수준보다 낮은 보수
요양사
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은 물론 각종 언어적·신체적 폭력에도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사진=이보미 대학생 인턴기자
“물리기도 하고 뺨을 맞기도 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어르신하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속상하고 눈물도 나는데 그냥 이 어르신은 정상이 아니다 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요양보호사 김모 씨·49·여)

복지국가 논쟁이 한창이지만 요양보호사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는 적다. 요양보호사처럼 돌봄노동자들은 언어폭력·신체폭력·성추행 등에 쉽게 노출돼 있다. 김 씨처럼 치매노인들에게서 받는 폭력은 가해자의 특성상 정상이 아니란 이유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욕을 시킬 때 발로 차이고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고 옷 밑으로 손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화를 낼 수 없다고 했다. 기관에 고충을 토로하면 담당 구역을 바꿔줄 뿐 노동 환경은 여전하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막 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마음이 안가죠. 화가 나요. 그래도 그 사람들이 돈 내는 사람들이니까 할 말을 못하는 거죠.” (요양보호사 박모 씨·53·여)

경기도 내 요양기관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 씨는 환자보다 보호자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보호자 중에는 돌봄 제공자를 마치 파출부 대하듯 하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가 노인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고있지만 의견을 개진하는 권한도 크지 않다.

요양보호사의 노동과 휴식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요양보호사가 조금이라도 쉬는 듯 보이면 보호자는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낸다. 법적으로 근로시간 8시간과 1시간의 휴식시간이 보장돼 있지만 보호자들은 쉬는 시간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A씨는 아침에는 23명의 노인들을 2명이서 돌본다고 했다. 보호자들 중에는 1명의 요양보호사가 여러 명의 노인을 돌보는 현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적정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보험운영위원회가 요양보호사의 적정 임금으로 책정한 금액은 주 6일 근무에 월 178만9000원이다. 하루 8시간 근무하면 시급이 9317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높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은 110만~150만원을 받고 일한다. 7년간 요양보호사로 일해 온 B씨는 자신의 월급이 130만원이라고 했다. 하루 8시간 근무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했다. 노인에게 치이고 보호자에게 치이고 밥조차 마음놓고 먹지 못한채 일한 대가가 130만원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40~50대 중년으로 경력단절여성이다. 일정 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요양보호사가 된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한 일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속내를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책정된 금액보다 적게 임금을 받아도 하소연 하지 못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80대 이상 노인 비율과 독거노인의 비율이 증가했다. 80대 노인비중은 1994년 12.4%에서 2004년 16.2%, 2014년 20.6%로 늘었다. 독거노인의 비중은 1994년 13.%에서 2014년 23.0%로 10%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1994년 54.7%에서 2014년 28.4%로 26.3%포인트 감소했다.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급범위를 확대하곤 있지만 제대로 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들의 처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장기요양 보험은 올해로 시행 7년째다. 특히 노인의 신체,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장기요양급여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복비서비스는 재가급여와 시설급여다.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이 일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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