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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남보다 못한 적(敵)이 된 롯데의 두 형제

[기자의눈] 남보다 못한 적(敵)이 된 롯데의 두 형제

기사승인 2015. 07. 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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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사진
‘골육상쟁(骨肉相爭).’

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본디 한 뿌리에서 자랐건만/지지고 볶는 것이 어찌 이리도 급한가.

중국 위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은 조조의 아들 조식이 지었다는 칠보시(七步詩)다. 우리나라 재벌가의 승계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시다. 모두 4행의 짧은 시에는 콩깍지와 콩에 빗대 권세와 재물 앞에 일어나는 반 인륜적인 모습을 꼬집고 있다.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보면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형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비행기에까지 태워가며 동생을 내치려 했고, 동생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경영권을 박탈해야 했다.

여느 재벌가와 달리 조용히 후계구도가 정리된 듯하던 롯데가 결국 ‘돈’과 ‘권력’ 앞에서 ‘적(赤)’색 피는 오히려 남보다 못한 ‘적(敵)’이 됐다.

일본은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맡기로 한 정설이 깨지면서부터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됐다.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형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선 일본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동생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에 위기감을 느꼈을 거다.

자칫 롯데그룹의 모든 경영권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어떠한 형태로든 반격의 기회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모양새가 나빴다. 힘든 기색이 역력한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면서까지 일본으로 모셔갔고, 동생과의 대면도 막았다는 점에선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입장에선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능력만 된다면 자식 모두에게 골고루 ‘몫’을 나눠주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자신의 그릇보다 더 넘치는 것을 담고 싶은 게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욕심이다.

우리나라 재계의 모든 기업들이 그렇듯 2세, 3세로 세습경영이 이어지다보니 생겨난 아픈 역사다.

서로를 생각하느라 밤새 볏가리를 날랐던 ‘의좋은 형제’의 모습을 우리나라 기업들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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